존 레넌과 퀸, 데이비드 보위 같은 스타들이 음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다. ‘골든 디스크 대상’(서양음악 부문)은 3년 연속 퀸에게 돌아간다. 50년 전인 1970~80년대의 일이 아니라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대중음악의 주소비층인 청년들이 서양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보니 과거 팝, 록음악에 열광하던 40, 50대가 아직까지도 서양음악의 주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젊은 록스타가 없는 지금, 중·장년층이 일본의 서양음악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일본의 음악 잡지가 낸 특집을 훑어보면 조니 미첼, 키스, 제프 벡, 에릭 클랩턴 등 1970년대에 활약한 록스타를 회고하는 기사만 눈에 띄는 실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스타들의 방일 콘서트 등이 어렵다는 사정도 있지만, 사실은 서양음악의 인기가 침체한 지 오래다 보니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사만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히트는 ‘학창시절 밴드’를 기억하는 40, 50대의 추억을 단박에 되살아나게 했다. 1932년 창립된 음악 전문 출판사 신코뮤직은 그해 봄부터 ‘뮤직 라이프 클럽’이라는 서양 음악 정보 사이트를 개설하고 과거 인터뷰나 미공개 사진을 재구성해 잡지나 사진집 등을 간행하고 있다. 이후 3년여 동안 간행한 퀸 관련 서적이나 잡지만 20권이 넘는다. 문화센터에서 ‘퀸 강좌’까지 열고 있는데, 40~60대 여성이 많이 수강한다고 한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퀸은 CD 판매 1위에 주어지는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의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서양음악 부문)를 3년 연속 수상했다.
일본레코드협회에 따르면 2020년도 CD 등 일본 음반과 서양 음반 생산 비율은 89%대 11%로, 서양 음반이 약 20%를 차지했던 2010년대 전반에 비해 더 낮아졌다. 자국 아티스트 선호 현상이 강한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선 앤 마리의 ‘2002’ 등 외국 곡을 듣는 젊은이들도 많이 늘어난 데 비해 일본에서는 서양음악의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 음원 차트(가온차트 기준)에서 해외 음원의 소비 비중은 2009년 6.2%로 매우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31.4%까지 늘어났다.
요미우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일본 음악 시장에서 서양음악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늘어난 것이 K팝 시장이다. 일본 오리콘사는 매년 발간하는 ‘오리콘 엔터테인먼트 시장 백서’에서 2018년 일본 음악 시장을 2,854억8,000만 엔(약 3조827억 원), 그중 K팝 시장을 274억5,000만 엔(약 2,964억 원)으로 분석했다.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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