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하수체(腦下垂體ㆍ골밑샘ㆍhypophysis)는 뇌 아래쪽에 있는 완두콩만 한 내분비기관인데, 호르몬 대사를 총괄하기 때문에 ‘내분비계 중추’로 불린다. 코 뒤쪽 바로 위 뇌의 중앙에 위치하고 지름은 1㎝ 정도다.
뇌하수체는 전엽(샘뇌하수체), 중간엽, 후엽(신경뇌하수체)으로 이뤄진다. 전엽에서는 유즙 분비 호르몬, 성장호르몬,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 생식선 자극 호르몬, 갑상선 자극 호르몬 등 5개 호르몬이 분비된다. 후엽에서는 항이뇨 호르몬과 옥시토신 등 2개 호르몬이 나온다. 중간엽은 멜라닌 세포 자극 호르몬을 분비하며 현재 퇴화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뇌하수체 질환은 종양 때문에 대부분 발생한다. 뇌하수체 질환을 흔히 ‘뇌하수체 종양’으로 부르는 이유다. 종양 발생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전자 결함에 의한 유전성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상은 크게 비기능성 종양에 의한 증상과 호르몬 과다 분비에 의한 증상으로 나뉜다. 비기능성 종양은 덩어리가 커지면서 주변 혈관, 신경, 조직을 압박해 생기는 두통, 시야 장애, 안면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뇌하수체 호르몬 중 1개 혹은 그 이상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무기력, 창백, 저신장증, 근육 감소, 불임이나 발기부전, 체모나 음모 소실, 구토, 저혈압, 저혈당, 빈혈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반면 기능성 종양이 있으면 5가지 호르몬이 과분비돼 젖흐름증, 불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과분비되면 말단비대증으로 이마가 돌출되거나 거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코티솔이 과분비되면 낙타등, 피부의 자색 선조(붉게 튼 살), 쉽게 멍이 드는 등의 쿠싱증후군을 보인다. 드물게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성조숙증이 생길 수 있다.
뇌하수체 질환이 의심되면 우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로 뇌하수체 종양 유무를 검사한다. 이를 통해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의심되면 복합 뇌하수체 기능 검사로 호르몬이 덜 분비되는지 진단해 호르몬이 부족하면 보충하는 치료를 한다.
뇌하수체 종양이 생기면 여성에게는 무월경, 유즙 분비 증가, 성욕 감퇴, 불임 등이, 남성에게는 여성형 유방, 성욕 감퇴, 불임 등이 생긴다. 남녀 공통적으로 고혈압이나 고혈당,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하수체 종양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다.
말단비대증이나 쿠싱병은 초기에 진단하면 수술로 80% 정도 완치할 수 있지만 대부분 병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아 수술해도 재발하기 쉽다.
유즙 분비 선종은 일정 기간 약물로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간혹 장기간 약물 치료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수술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다만 유즙 분비 선종이 있어도 종양이 커서 출혈이나 시력 저하 등이 동반한다면 수술로 제거하며, 이때 종양을 제거하면 대부분에서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생겨 평생 호르몬 보충 치료를 해야 한다.
문성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뇌하수체 종양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여는 수술(개두술)을 하면 뇌실질을 다칠 위험이 있다”며 “뇌하수체 종양이 3~4㎝ 이상이면서 터키안장 위쪽을 많이 침범했을 때를 빼고는 코를 통해 접근해 수술(접형동 경유 뇌하수체 절제술)하는 것이 흉터도 적고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접형동 경유 뇌하수체 절제술은 코 아랫부분을 절개해 주변 뇌를 건드리지 않고 최단 거리로 뇌하수체에 도달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문성대 교수는 “뇌하수체 질환은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여성은 생리불순, 두통, 시야 장애, 무기력 등이, 남성은 2차 성징이 늦어지거나 여성형 유방이 생기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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