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양재혁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허리 통증은 중·장년층에서 감기만큼 흔하다. 잘못된 자세 때문에 생기는 근육통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척추 뼈, 디스크, 신경에 이상이 있거나 관절염, 골절, 골다공증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통증을 참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척추 질환은 방치할수록 치료가 복잡하고 회복 과정이 길다.
양재혁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척추 건강 관리법을 들어봤다.
-척추전문병원이 워낙 많고 다양해 병원 선택이 혼란스러운데.
“통증이 있다고 바로 3차 상급종합병원에 오시면 절차가 까다롭다. 가벼운 질환은 먼저 동네 1차 병·의원에 가는 게 낫다. 1차 치료 이후에 호전되지 않거나 전문 진단 또는 치료가 필요하면 척추전문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척추 수술은 전문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일반적으로 경험이 많은 의사가 잘한다. 그러나 청소년 척추 변형이나 노인성 척추 변형 질환처럼 수술 난도가 높고 수술 과정이 복잡한 질환이라면 대학병원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수혈이나 마취과 협조, 중환자실 연계, 다른 진료과와 협진 등 시스템을 전문병원에서 충분히 갖추긴 어렵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뇌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고령 환자들은 전문병원에서 수술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대학병원으로 많이 오는 편이다.”
-허리가 아파도 병원에 가면 수술하자고 할까 참는 이가 많다.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나.
“절대 그렇지 않다. 1·2차 병원에서 치료받고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이 주로 오는 대학병원인데도,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특수 영상 검사에서 명확한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어 수술하는 사례는 20~30%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만으로 통증이 많이 줄어든다. 해부학적 변형을 일으키지 않는 통증 시술이나 내시경으로 시행하는 신경성형술 등도 보존적 치료에 포함된다. 수술도 침습 범위를 최소로 줄이는 추세여서 언젠가는 수술적 치료는 거의 사라질 거라 본다.”
-나이 들면 왜 허리가 아플까.
“신체가 노화되면 근육 양이 줄고 질도 떨어지는데, 근육 소실만으로도 아프다. 근육 부족 상태에서 이전처럼 생활하는 게 근육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뼈나 인대가 닳는 등 척추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변화를 겪기 때문에 관절성 통증도 나타난다. 여러 구조적 변화가 척추 안에 있는 신경을 압박해 신경성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골다공증으로도 통증이 느껴지는 등 노인성 척추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르신들이 많이 겪고 있는 척추 질환은 무엇인가.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 질환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병변이 추간판에만 국한돼 나타난 환자는 적다. 단순 추간판 질환보다는 척추관협착증이 더 흔하다. 즉 신경이 지나는 구멍이 다양한 원인으로 줄어든 거다. 이 밖에 퇴행성 척추측만증, 후만증 및 척추 압박 골절 등이 대표적인 노인성 척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일 때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이유는.
“허리 디스크 즉, 추간판은 물렁뼈인데 침대 매트리스처럼 오래 쓰면 푹 꺼진다. 디스크가 눌리면서 척수 신경이 지나는 구멍인 척추관을 좁게 만들기도 한다. 신경이 눌리니 다리가 저리고 요통이 나타난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면 신경이 지나는 구멍이 넓어지니 아프지 않으려고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뒤로 허리를 펴면 디스크가 더 튀어나와 아프다.”
-척추측만증이나 후만증(꼬부랑 척추병) 같은 노인성 척추 변형은 왜 생기나.
“어릴 때 원인 모를 특발성 척추 변형이 있었는데, 모르고 지내다가 나이 들어서 영상을 찍어보니 알게 된 경우가 있다. 또 나이 들면서 척추 뼈 사이 추간판이 한쪽으로 눌리고, 척추 관절 변형이 생겨 허리가 휘기도 한다. 근육이 약해지거나 기존에 허리 수술을 받은 곳의 균형이 잘 안 맞아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허리가 구부정해지면서 요통이 생겨 병원에 온다. 보통 5분 정도만 걸어도 허리가 굽어진다.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으니 계단을 오르게 되면 난간을 짚어야 하고, 설거지할 때 팔꿈치로 싱크대에 몸을 지지한다. 65세 이상의 약 30~40%, 70세 이상에선 65%까지 경험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참다 참다 병원을 찾게 된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퇴행성 신체 변화 등으로 척추 변형이 자연 회복이 되지 않고 점점 진행해 허리는 더 구부러진다.”
-할머니ㆍ할아버지가 휘어진 허리를 펴는 수술을 받는 게 나을까.
“예전에는 일반 척추 수술보다 수술 범위가 크고, 수술 시간이 길며,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길어 수술을 잘 권유하지 않았다. 최근 원인에 대한 깊은 연구가 진행됐고, 다양한 수술 술기(術技), 재활 방법, 기기가 개발돼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신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권하는 편이다. 충분히 교정할 수 있다.
저는 2단계에 걸쳐 수술하는 것을 선호한다. 1단계에서 환자분을 측면으로 눕힌 상태에서 복부 내 수술로 척추를 간접 교정한다. 이후 3~5일간 회복과 경과를 보고, 2단계 수술로 척추를 직접 교정한다. 절차상 복잡해도 환자 출혈이 적고, 전신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척추가 어느 정도로 굽으면 수술해야 하나.
“척추가 굽는 정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가다.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삶의 질을 고려해 수술을 추천한다. 남은 기대 수명 안에서 행복하게 살 기회를 갖는 거다. 많은 노인성 척추 변형 환자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 환자도 힘들지만 보호자도 굉장히 힘들다. 통상적으로 수술이 잘되면 2~3주 후면 걸을 수 있다. 경과가 좋으면 원래대로 농사도 짓는 이도 있다. 다만 3~5시간씩 걸리는 위험이 있는 수술이라 가족과 상담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척추가 나사못으로 고정돼 양말 신을 때처럼 등허리를 고양이처럼 확 구부리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 의자나 침대를 사용해야 한다.”
-고령이어도 허리 수술이 가능할까.
“제가 수술했던 최고령 환자는 90세셨다. 기대 수명과 기저 질환 등을 고려해 여성은 80~85세 정도면 수술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남성은 70대까지 수술 후 회복 가능할 것 같다. 적절한 치료를 2~3개월 간 시도했는데도 통증이 계속되고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어르신들이 허리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얼마나 아픈지 가늠이 안 된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보다 통증을 훨씬 잘 참는다. 오랜 시간 동안 통증을 앓아온 터라 웬만하면 참는다. 그런데도 아프다고 하신다면 정말 많이 아픈 거다.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괴로워하신다. 우울증까지 있다면 몸이 더 아프다.”
-약 먹고 주사 맞으러 병원에 자주 다니는데.
“갑자기 요통이나 다리 저림이 심해졌을 때는 도움이 된다. 소염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 환자가 통증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통증이 없어진 것처럼 느낀다. 원인 병변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현재 상태에 적응하는 것이다.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변형된 척추는 심한 통증을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반면 갑자기 척추 변형이 발생하거나 신경에 자극을 주면 아프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발생하는 현상에 적응돼 통증이 줄거나 호전된다. 약물 치료는 그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 골절도 노년층에 많은데.
“남녀가 다른데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은 골밀도가 낮아 작은 충격에도 척추 뼈가 똑 부러진다. 기침하다가 화분을 들다가 부러지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칼슘 흡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지면 골절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 특히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노화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면 낙상하기 쉽다. 하나가 부러졌을 때 관리가 안 되면 균형 잡기 어려우니 또 부러진다. 남성도 고령이 되면 척추 골절이 늘어난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서 있지도 못하는데 척추 골절은 어떤가.
“척추 골절 환자들은 걸어서 병원에 온다. 그렇다고 그냥 두면 잘못된 상태로 붙어 허리 변형이 발생할 때가 많고, 심하면 수술해야 한다. 초기에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요통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운동은.
“남성은 체지방을 관리할 수 있는 에어로빅, 여성은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헬스 같은 근력 운동을 권장한다. 여성은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운동을 충분히 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데, 양질의 근육을 늘려야 요통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플랭크처럼 많은 동작을 하지 않으면서 근육에 자극을 주는 단순 운동이 좋다.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어깨부터 발목까지 일직선이 되게 한 상태에서 30초 이상 버티는 자세다. 사실 어르신들은 근육이 적고 뼈가 약해서 운동하다가 다치기 쉽다. 혼자보다는 가족 보조를 받거나, 전문가에게 몸 상태에 맞는 지도를 받고 운동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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