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에도 미나리처럼?
지난해 BTS 매출 691억원... 일본 가수 통틀어 5위
TXT 엔하이픈 등 4세대 그룹 세대교체도 활발
최근 3년 동안 음원사이트에서 하루 동안 제일 많이 재생된 히트곡 톱3는 뭘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코로나19 극복 기원 3부작 '퍼미션 투 댄스' '버터' '다이너마이트'가 1~3위를 휩쓸었다. 1위를 차지한 '퍼미션 투 댄스'는 지난달 9일 공개 당일 무려 273만 회가 넘게 재생됐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일본 지상파 TV아사히는 20일 간판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에서 생방송으로 방탄소년단을 조명했다. 이 방송사와 방탄소년단과의 '사연'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2018년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입었던 티셔츠가 현지에서 논란이 일자 TV아사히는 생방송 하루 전 그룹에 출연 보류를 통보했고 이후 양측은 한동안 소원했다.
일본 내 뿌리 깊은 반한 감정을 뚫고 K팝이 미나리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과거사 문제와 수출 규제 등 갈등 현안이 산적해 양국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악조건 속에서도 K팝이 일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와 상관없이 일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자유롭게 K팝을 즐기고, 방탄소년단 등을 계기로 그 소비층이 더욱 넓어진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후 내려진 한한령으로 K팝의 공식적 소비가 위축된 중국과 정반대다.
일본에서 K팝의 성장은 매출 변화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지사인 일본비즈니스센터가 20일 낸 '2020 일본 콘텐츠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64억 엔(69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과 해외 가수 통틀어 5위로, 해외 가수로는 유일하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40억 엔(431억 원)과 비교해 60% 오른 규모다. 코로나19로 현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음원 소비가 비약적으로 는 데다 공연이 멈추자 음반과 굿즈(아티스트 상품) 판매량이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본에서 K팝의 세대교체는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해외 아티스트 매출액 톱10에서 K팝 아이돌그룹 5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1~2위를 차지했고 엔하이픈이 8위, 투머로우바이투게더가 9위, NCT드림이 10위로 뒤를 이었다. 2년 전 워너원과 엑소, 지드래곤이 차지했던 자리를 데뷔한 지 5년이 안 된 4세대 K팝 신인 그룹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4세대 K팝 아이돌그룹의 일본 매출은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11위)를 모두 뛰어넘었다. 세계 2위의 음악 시장인 일본이 K팝 세계 진출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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