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용지 검토" WSJ 보도에 반대 의사
단 "한국 기관서 일했던 400명은 데려와야"
정치권에서 난민 수용 의제 화두로 떠올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가 시민사회와 정치권 화두로 점차 떠오르고 있다. 아프간 난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일지 말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송 대표는 22일 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과 오찬 뒤 취재진에게 미국이 검토 중인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에 한국도 포함돼 있다는 외신 보도를 언급하며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수송 문제를 생각하면 인접 국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현실적이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찾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과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와 함께 한국 내 미군 기지를 검토 대상으로 적시했다. 송 대표의 지적은 대규모 아프간 난민이 미군 철수로 발생한 만큼 한국이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송 대표는 아프간 우리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피란민들은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 각 나라가 아프간 현지 재건 프로젝트사업에 협력한 현지인들을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선진국이 된 한국도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 세운 병원과 학교 등에서 일한 아프간인들이 400명은 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피란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카불 대량학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썼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난민 수용의 모든 부담을 아프간 주변 국가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대신 ‘국제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방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사령부 측은 WSJ 보도와 관련해 본국의 지시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주한미군 리 피터스 대변인(대령)은 이날 “주한미군은 아프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당국은 “(보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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