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9월에 미공급 분량 받도록 노력"
루마니아의 모더나 백신은 '공여' 아닌 '스와프'
공급 차질을 빚었던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23일 코로나19 백신 101만 회분을 시작으로 9월 첫 주까지 701만 회분을 공급한다. 8월 공급량으로만 따지면 당초 850만 회분에는 못 미치는 830만 회 공급이지만, 공급 차질 때문에 6주로 늘린 1·2차 접종 간격을 4주로 다시 줄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1차 접종률은 50%를 돌파했으나,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 영향을 감안하면 20%대에 머물고 있는 2차 접종률을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해서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모더나사가 우리나라에 8월 마지막 주와 겹치는 9월 첫째 주까지 약 701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23일 101만 회분이 도착하고, 다음 주에 6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모더나는 제조소 실험실 문제로 공급 차질이 생겼다며 당초 계획된 8월 백신 공급물량 850만 회분 중 절반밖에 못 준다고 통보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강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미국 모더사 본사에 급파, 항의의 뜻과 함께 공급 물량 원상회복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9월 첫째 주까지 모더나 백신 701만 회분이 들어오면 지난 7일 도입된 130만 회분을 포함해 8월 1일부터 9월 첫째 주(8월 마지막 주)까지 총 831만 회분이 공급된다. 8월 공급 예정 물량이 850만 회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상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질을 빚은 물량의 상당 부분을 되살려 낸 것이다.
7, 8월 미공급 분량은 여전히 215만 회분
방역당국은 "상당 부분 되살려냈다"고 자랑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모더나는 앞서 7월말 한 차례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이 물량을 8월 초에 다시 주겠다 한 바 있다. 그 뒤 바로 8월 물량의 절반밖에 못 준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7, 8월 두 달간으로 따져보면 공급 예정 물량은 1,150만 회분인데 공급된 물량은 934만3,000회분이다. 여전히 215만 회분 정도가 부족한 셈이다.
거기다 701만 회분 물량의 대부분인 600만 회분은 다음 주 중에 들어온다. 다음 주가 8월 말이자 9월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밀히 말해 다음 주 후반에 들어오는 물량은 8월이 아닌 9월 물량이 된다. '당초 약속한 8월 850만 회분 중 830만 회분을 되살려냈다'라고만 하기엔 찜찜한 모양새다. 여기다 지금 급히 받아내는 물량이 9월 예정 물량을 당겨 쓰는 것일 수도 있다.
방역당국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다. 강 2차관은 “앞으로도 실무협의 등을 통해 7, 8월에 공급되지 않은 물량을 9월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의 모더나 백신 '공여' 아닌 '스와프'
방역당국은 또 루마니아에서 받아올 예정인 모더나 백신에 대해 '백신과 의료기기를 맞바꾸는 백신 스와프'임을 강조했다. '후진국에서 백신을 꾸어와야 하는 신세냐'라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우리는 백신을 공급받는 것이 조금 더 시급한 사안이고 루마니아는 방역물품과 장비를 확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보니 서로 국내적 수요를 맞춘 것"이라 말했다. 앞서 루마니아 국영통신사는 루마니아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에 모더나 백신 45만 회분을 공여한다고 보도했다.
또 루마니아가 유효기간 만료 때문에 백신을 한국에 주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협의 중인 모더나 백신 물량의 유효기간은 11월 이후로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얀센 백신 141만3,000회분을 받았고, 이스라엘과는 스와프를 통해 화이자 백신 78만2,000회분을 받았다.
"취약계층 2차 접종 간격이라도 4주로 당기자"
모더나 백신 공급이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현재 6주로 설정된 1, 2차 접종 간격을 다시 4주로 줄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접종계획 변경 검토는 질병관리청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상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모더나 백신은 예정계획보다 부족한 상황이고, 40대 이하 접종 예정자들의 경우 이미 1, 2차 접종일이 사실상 지정된 상황"이라며 "고령자, 만성질환자, 기저질환자 등 감염 취약 계층에 대한 2차 접종 간격이라도 6주에서 기존 4주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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