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문화위원회 간부, 국내 언론 인터뷰서
"한국, 아프간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길...
한-아프간,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어"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하다.”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문화위원회 간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과 경제협력과 교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주도의 아프간 새 정부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 대표 정부로 인정받길 원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샘물교회 피랍 사건이나 고(故)윤장호 하사 폭탄 테러 사건 등 과거 한국과의 ‘악연’에 대해선 명확히 사과하지 않았다.
탈레반의 공보 역할을 하는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새로운)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나 관련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아프간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한국과의 경제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키는 “아프간은 리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 회랑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과 아프간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며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하지만, 떠나길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련 기관과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들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키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한 뒤 이들 중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과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만 답했다. 상황 논리를 들어 즉답을 피한 것이다.
탈레반이 꾸릴 새 정부 방향에 대해선 이슬람 통치 구조를 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발키는 “통치 체제는 무슬림 인구 비중이 99%인 아프간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며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이 권리엔 교육, 보건, 취업 등이 포함된다”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서방 언론이 자신들의 참모습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키는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이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며 현재 무고한 민간인들이 탈레반에 의해 학살되고 있다는 보도들을 부인했다. 그는 “꾸며낸 것들이며 진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다만 일부 인권 탄압 사례가 있다는 점을 에둘러 인정하기도 했다. 발키는 “(학살) 가해자가 구금됐다는 매우 드문 사례가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그도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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