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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여성영화제 위원장 "여성영화 새 담론 만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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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여성영화제 위원장 "여성영화 새 담론 만들렵니다"

입력
2021.08.25 16:10
수정
2021.08.27 14: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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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23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

박광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위원장은 "여성영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기 위해 상영작 선정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박광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위원장은 "여성영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기 위해 상영작 선정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6일 개막한다. 1997년 처음 막을 올린 이후 23번째 개최(3회까지는 격년)다. 다음 달 1일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에서 27개국 영화 119편이 상영된다. 서울여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영화제다. 세계 주요 여성영화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여성 영화인 발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막을 앞두고 박광수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연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평론가와 여성신문 편집국장, 영화사 신씨네 총괄본부장 등으로 활동한 그는 2019년부터 집행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97년 관객으로 서울여성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제가 열리는 1주일 내내 (당시 개최 장소였던)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 죽치고 지냈던” 시절을 거쳐 영화제 이사로 오래 활동했다. 24년 동안 사회는 변했다. 영화계도 바뀌었다. 박 위원장은 “영화제 초창기 때는 국내 여성감독이 7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여성 영화인만 수백 명”이라고 말했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작은 예산 규모에도 관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국내 영화제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회 관객 5만 명가량을 모았다. 여러 영화들이 서울여성영화제 지원으로 제작이라는 날개를 달기도 했다. 2019년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김보라 감독의 독립영화 ‘벌새’(2019)가 대표적이다. 박 위원장은 “‘차이나타운’과 ‘해빙’ ‘69세’ 등도 서울여성영화제 지원금을 마중물 삼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여성영화제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성영화제”라고 자부했다. “해외 여성영화제 대부분이 운동 성향이 강하거나 포럼 성격이 강한 점과 비교된다”고도 말했다. “20억 원 남짓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편 이상을 상영하고, (코로나19 이전) 개막식에만 5,000명이 온다고 했더니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해외에서 평가를 해요.”

박 위원장은 서울여성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영화제를 해온 역사”를 꼽았다. “영화제를 이어오면서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영화제에 곧잘 힘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2019년 영화제 소개 영상 연출을 ‘소공녀’(2018)의 전고운 감독에게 급작스레 의뢰했을 때를 예로 들었다. 전 감독은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자신의 단편영화 ‘내게 사랑은 너무 써’(2008)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남역에서 주저앉아 울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여자가 감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낙향하려 할 때 그에게 큰 힘을 준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제에 와서 만난 언니들이 ‘네가 고운이구나’라며 반겨주고 조언하고 응원해줘 정말 기분이 좋았대요. 소개 영상을 만드는 건 영화제를 이어온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라고 하더라고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은 핀란드 영화 '토베 얀손'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은 핀란드 영화 '토베 얀손'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20년 넘게 역사를 다졌지만 재무구조는 아직 불안정하다. 서울여성영화제는 국내 주요 영화제들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돼 있다. 외부 간섭에서 자유로우나 재원 해결은 오랜 숙제다. “여성영화의 새 담론을 만들고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남성 감독이 여성의 시각으로 만들거나 성인지 감수성이 두드러진 작품 역시 여성영화”라는 점에서 여성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개막작은 핀란드 감독 차이다 베리로트의 ‘토베 얀손’이다. 인기 캐릭터 무민을 만든 핀란드 예술가 토베 얀손(1914~2001)의 삶을 그린 영화다. 박 위원장이 국내 옴니버스영화 ‘애프터 미투’와 함께 올해 상영작 중 강하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올해 여성의제와 관련해선 ‘래디컬을 다시 질문한다’라는 행사를 연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서구사회의 큰 호응을 얻었던 ‘제2물결 페미니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상영하고, 토론 자리를 마련한다. 박 위원장은 “래디컬(급진)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래디컬이란 말을 예전에는 어떻게 썼는지, 우리가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수식만으로도 남성들은 영화제에 거리감을 느낄 만하다. 박 위원장은 “나이 많은 여성들도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는 낯설고 불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선입견은 감정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니 억지로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성차별을 지양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손을 잡아야 해요. 영화제 문턱을 낮추고, 접촉면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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