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한국이 권위주의적 정부에서도 찾기 어려운 법안으로 언론 자유를 크게 후퇴시킬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촛불집회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 언론 환경으로 한국이 그간 주목받았는데,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으로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해외 언론 단체들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내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최근 "한국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길을 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폐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가짜 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법안 내용이 허술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며 오보에 대해서까지 과도한 처벌 규정이 있어 한국 기자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형사처벌과 민사소송 등 언론 피해 구제 장치가 겹겹이 작동하고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두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IFJ는 "보도의 자유와 한국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새로 마련하길 권한다"고 했다. 1952년 창립한 IFJ는 146국 187매체의 60만 명 이상 언론인이 가입한 세계 최대 규모 언론단체다.
해외 언론단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소탐대실'의 본보기가 돼 언론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대의엔 공감하지만, 민주 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더 큰 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성명을 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한국 속담처럼 심사숙고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는 게 SFCC 이사회의 권고다.
아시아기자협회도 의견문을 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언론자유는 국가의 법률과 시민의 뜻으로 함께 이뤄낸 가장 값진 업적"이라며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이며 비상식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권력 비판적인 보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각각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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