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학교 중에서도 8강은 처음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京都)국제고등학교가 일본 고교야구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甲子園)’에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계는 물론이고, 외국계 학교가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토국제고는 24일 오전 일본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니쇼가쿠샤(二松學舍)대학부속고등학교를 6-4로 이겼다. 4-4 동점으로 9회를 마친 후 연장 10회에서 2점을 더 뽑아내 승리를 확정했다.
앞서 교토국제고는 올해 3월 ‘봄 고시엔’에도 첫 출전했다. 당시엔 16강전에서 패했으나,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이번 대회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NHK를 통해 생중계됐다.
야구가 ‘국기(國技)’라고도 불리는 일본에서 고시엔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대회다. 올해 고시엔에 도전한 고교 수만 무려 3,603곳.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고시엔에 진출해 그라운드를 밟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하는 학교도 많다. 그런데 1999년에야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후발주자인 교토국제고가 8강에 오른 것은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다.
당시 교토국제고는 학생 수가 계속 줄자 '학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야구부를 창설했다. 첫 연습경기에서 34-0으로 진 약체였지만 고마키 노리쓰구(38) 감독이 2008년 부임한 뒤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최근 수년간 교토 지역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으로 명실상부한 교토 1인자임을 보여 줬다”면서 “우승까지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고시엔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어 입장료 수입이 거의 없는 데다, 서일본 지역에 계속된 폭우로 경기가 계속 연기되는 동안 숙박비 등 비용이 증가해 출전 학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토국제고 역시 크게 늘어난 비용을 대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바로가기)하고 있다.
1947년 개교한 재일동포 교육 시설인 교토조선중학교가 교토국제고를 운영하는 교토한국학원의 모태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이 교토부(京都府) 지사의 인가를 받고 1963년 고등부를 설치했다. 1960년대에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애초 ‘각종학교’로 분류됐으나 2003년 12월 일본 당국으로부터 학교교육법 제1조에 규정된 중학교와 고교로 각각 인정받았다. 재일동포 학생뿐 아니라 일본인 학생도 다수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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