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코로나 등 인도주의 협력 재개해야"
"한미훈련은 방어"... 北 자극 피하려 애써
'先 대화' 원칙 고수... 북한, 호응 가능성↓
한미가 좀체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협상 무대로 복귀시키기 위해 ‘인도적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21~24일 취임 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인권’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인도적 협력 방안을 앞세워 북한에 대화 재개를 손짓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기대하는 대화의 조건과는 온도차가 커 당분간 남북ㆍ북미관계의 진전을 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대표는 24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 대북 대화 재개 방법을 놓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전반적 평가를 공유하고, 남북ㆍ북미 대화 및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앞서 22, 2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최영준 통일부 차관을 잇따라 면담한 자리에서도 북한을 대화 무대로 이끌 대책을 숙의했다.
김 대표의 방한 결과를 관통하는 대북 메시지는 인도적 협력ㆍ지원이다. 그는 전날 노 본부장 및 최 차관과의 협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인도주의 협력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보건,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 구체적 지원 분야도 거론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최근 코로나19와 홍수 여파까지 겹쳐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북한 사정을 감안해 유인책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은 3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한 때만 해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 공동의 가치 증진”을 공언했다. 북한 인권을 언제든 협상 의제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5개월 전과 비교하면 미국의 태도가 한결 유연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이날 이 장관에게 “북한을 적대할 의도는 없으며, 인도적 협력을 포함한 외교와 관여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며,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훈련에 반발하며 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한 북한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다.
다만 한미가 제시한 선택지를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다시 대화하려면 제재를 해제하는 등 ‘적대시 정책’을 전면 철회할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비군사적 지원에는 동의했으나 ‘조건 없는 대화’ 원칙까지 포기한 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은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대북 압박 강화 구실로 삼을 것이란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실무자 입을 빌려 “인도적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라”며 의구심을 한껏 드러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유연해진 입장이 엿보이긴 하지만, 대화 테이블에 앉기에는 북한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의 지향점이 워낙 달라 답보 상태가 계속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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