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호' 요청받은 폴란드 "책임 없다" 팔짱
30여명, 2주째 화장실도 없이 풍찬노숙 신세
유럽인권재판소 "폴란드·라트비아가 지원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폴란드와 벨라루스 간 국경 지대에선 아프간인 수십 명이 2주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마저 빚어지고 있다. 폴란드 정부에 건넨 구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된 아프간 난민들은 숲에서 풍찬노숙하며 국제사회의 도움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25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폴란드 북동부 도시 비알리스토크 인근 국경 지역에는 현재 아프간인 30여 명이 약 14일간 머무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국경 시작점이기도 한 폴란드로 입국을 희망했으나 모조리 거부당한 것이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각 국경경비대원들이 양쪽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화장실도, 식량도 없이 30㎡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만 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폭우가 내릴 때에도 몸을 피할 곳이 없어 쏟아지는 비를 그저 맞기만 해야 했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의 난민 떠넘기기'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 EU 제재를 받는 벨라루스가 보복 조치 일환으로 아프간 난민을 폴란드 국경 지역에 보냈다는 주장이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리는 아프간 난민에 대한 책임이 없다. 벨라루스가 국제법에 따라 이들의 망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 인정과 입국 허용 여부를 떠나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프간 난민들에게 음식과 물,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의사가 직접 그들과 대면할 수도 없도록 국경경비대가 막아서고 있다"는 게 구호활동가들의 전언이다. 의사이자 활동가인 폴리나 보우닉은 DW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 상자를 들고 국경 지역으로 갔는데, 경비대가 난민들에게 접근하는 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제법상 폴란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폴란드 변호사 타데우스 콜로드지는 "아프간인들의 국제 보호 요청을 거부한 건 유엔 세계인권선언 위반이자 EU, 심지어 폴란드법도 어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유럽인권재판소(EHCR)의 판결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EHCR은 폴란드와 라트비아에 "아프간 이주민들에게 음식, 물, 의류,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임시 피난처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다음 달 15일까지 3주간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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