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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감방 동료 폭행범으로 몰린 죄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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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감방 동료 폭행범으로 몰린 죄수 '무죄'

입력
2021.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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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50대 수감자 몸에서 멍자국 발견되자
교도소 "같은 방 20대 재소자가 때렸다" 주장?
재판부 "쓰러질 때 생겼을 가능성 높다" 판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도소에서 50대 수감자가 숨진 뒤 폭행범으로 몰리자 억울함을 호소해온 20대 수감자("너무 억울해요" 포항 한 재소자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공방')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교도소 측은 숨진 50대 수감자의 몸에 난 멍자국이 20대 수감자가 때려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몸이 불편한 50대 수감자가 쓰러지면서 물건에 부딪혀 난 흔적으로 판단했다. 20대 수감자는 숨진 수감자가 쓰러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때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일 경북 포항교도소에 수감 중인 A(29)씨는 같은 방 50대 수감자가 쓰러져 외부병원으로 옮겨진 뒤 독방 형태의 조사실에 갇혔다. 환자 몸에 멍이 발견돼 교도소 측이 조사에 들어갔고, 같은 방의 또 다른 수감자가 A씨를 폭행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50대 수감자는 이틀 후 숨을 거뒀다. 숨진 재소자는 지병으로 쓰러졌고, 의료기관에서 '십이지장 궤양에 의한 상부위장관 출혈과 합병증'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폭행 피의자가 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곧바로 가족에게 편지를 썼고, 변호사 선임을 부탁했다. A씨는 편지를 통해 "나를 폭행범으로 지목한 수감자는 자신의 주민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정신지체 3급인데, 그의 진술만으로 독방 조사실에 갇혔다"며 "쓰러진 수감자의 대소변까지 받아냈는데 가해자가 돼 너무 답답하다"고 전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숨진 재소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8개월간 법원과 교도소를 오가며 재판을 받은 그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는 25일 "숨진 재소자 몸에 타박상 흔적이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하지만, 사망 수일 전부터 여러 차례 쓰러졌고 싱크대에 부딪히기도 해 그때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피고인이 때려 생긴 상처로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폭행했다고 지목한 증인도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선 A씨가 숨진 수감자를 도와준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50대 수감자가 쓰러진 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며 바지에 소변을 누자 화장실 변기에 앉힌 뒤 홀로 동료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재판부도 "피고인이 숨진 동료의 옷을 입히고 씻기면서 툭툭 건드렸다는 진술이 있지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사 피고인이 경미하게 신체접촉을 했더라도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정도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A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되면서 포항교도소에서 징벌 처분을 받았고,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그는 포항교도소장을 상대로 징벌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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