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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중 몸에 오줌" 초등 선수 때부터 양궁부 유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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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샤워 중 몸에 오줌" 초등 선수 때부터 양궁부 유린했다

입력
2021.08.27 04:00
수정
2021.08.27 06:24
10면
0 0

<예천 양궁부 학폭 다른 피해자 인터뷰>?
가해자와 초등 3학년부터 선수 생활한 동기?
"코치 없을 때만 행동.. 충격에 양궁 그만둬"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에서 양궁부 선배가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가해 학생이 초등학교 양궁부 시절에도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또 다른 학생이 가해 학생과 대회에 출전했을 때 모습. 독자 제공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에서 양궁부 선배가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가해 학생이 초등학교 양궁부 시절에도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또 다른 학생이 가해 학생과 대회에 출전했을 때 모습. 독자 제공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 양궁부에서 3학년 선배가 1학년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초등학교 선수시절 가해 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 가해 학생 A군과 예천의 한 초등학교 양궁부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했다는 B군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A군은 후배는 물론 동기인 나에게도 폭행을 일삼았다"며 "A군의 악랄함에 정신이 무너지면서 선수생활을 포기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B군에 따르면 A군의 폭력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 3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 A군은 5학년 때부터 6학년 선배의 비호를 받으며 3학년과 4학년 후배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신이 먹다 남긴 치킨을 억지로 먹도록 강요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하거나 머리 등을 때렸다. 심지어 뾰족한 화살촉으로 신체 여러 곳을 '쿡쿡' 찌르거나 위협하기도 했다.

B군은 "활은 살상 무기나 다름없어 '사람을 조준해선 안 된다'는 교육을 매일 받는데도, (A군은) 활로 후배들을 때렸다"며 "활 앞부분에 달려 있는 '롱 스타비라이저'라는 긴 막대기로 후배들 몸 여기저기를 찌르는 등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학교 양궁부 폭력 사건 피해 학생인 C군도 당시 A군과 같은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C군도 A군의 괴롭힘 대상이었다.

B군은 "한 번은 A군이 C군 머리를 세게 때려 큰 혹이 난 적이 있다"며 "하지만 A군은 '장난이었다'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우는 C군과 이를 목격한 후배들에게 '뛰다가 넘어져 생긴 걸로 하라'고 입막음을 시켰다"고 말했다.

양궁 선배가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 양궁훈련장이 지난 24일 시설 수리를 이유로 텅 비어 있다. 이용호 기자

양궁 선배가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 양궁훈련장이 지난 24일 시설 수리를 이유로 텅 비어 있다. 이용호 기자

참다 못한 B군은 양궁부 코치에게 A군의 폭력 행위를 알렸지만, A군이 받은 처벌은 늘 가벼운 훈계에 불과했다. B군은 "너무 화가 나서 A군 아버지를 찾아가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A군 아버지는 '알았다. 미안하다'고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군의 폭력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전국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가장 예민해 있는 시기에 샴푸 통에 침을 잔뜩 뱉어 놓거나 숙소에 침대가 있는데도 후배들에게 맨바닥에 자도록 했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이불을 덮지 못하게 하고 욕실 문을 막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A군은 동기인 B군도 괴롭혔다. B군은 "대회 전날 숙소에서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몸에 오줌을 눴다"며 "너무 놀랐고 시합 당일 정신력과 집중력이 무너져 활을 제대로 쏠 수 없었다"고 전했다.

4일 경북 예천군의 한 중학교 양궁부에서 선배의 화살을 맞은 후배 선수의 옷(왼쪽) 상태와 등에 난 상처. KBS 제공

4일 경북 예천군의 한 중학교 양궁부에서 선배의 화살을 맞은 후배 선수의 옷(왼쪽) 상태와 등에 난 상처. KBS 제공

양궁부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난 B군은 6학년 때 주장을 맡았지만, A군의 계속된 괴롭힘에 활을 놓아야 했다. B군은 "그때는 또래보다 왜소한 편이었는데 몸이 약한 점을 노리고 (A군이) 후배들 앞에서 코를 꼬집으며 넘어뜨렸다"며 "아픈 것은 둘째치고 너무 창피했고, 그 뒤로 소화불량과 불면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더는 양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B군은 A군이 후배에게 활을 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너무 놀라 전화해 따져 묻기도 했다. B군은 "뉴스를 봐도 믿기 어려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나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끊어버렸다"며 "이후에도 전화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B군은 "A군이 다시는 활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B군은 "A군의 괴롭힘에 양궁을 그만두고 3년이 지났는데도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악랄했던 A군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양궁에 집중했을 텐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B군은 그러면서 "화살에 맞은 후배와도 전화 통화를 했는데 A군이 이전에도 활시위를 당기며 위협해 무서웠고, 활을 쏘고는 사과 한마디 없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만졌다고 하더라"며 "활로 사람을 쏜 건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로, A군이 다시는 활을 잡지 못하도록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군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B군 주장에 대해 "아들이 초등학교 양궁부에서 활동할 때 후배들과 B군을 괴롭힌 학생이 있었는데, 아들이 그 학생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같이 괴롭힌 걸로 잘못 알고 있더라"며 "아들이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기에 B군이 나를 찾아와 아들의 괴롭힘을 토로하거나 '바로잡아 달라' 부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A군이 후배 C군을 활로 쏜 것에 대해선 "후배가 욕을 해서 혼을 낸다고 활을 들었다가 실수로 쐈고 (C군이) 도망가다가 스쳐 맞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활을 쏜 건 잘못이고 사실이기에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천=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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