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 기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과 가족 391명이 무사히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데는 긴박한 현지 상황 속에 묵묵히 '초유의 이송 작전'을 수행한 허진녕(46·육사 54기) 대령의 역할이 컸다. 이달 초 주(駐)파키스탄 무관으로 부임하자마자 작전에 투입된 허 대령은 지난 24일 모친의 임종 소식을 듣고도 귀국 대신 아프간인들의 한국행을 도왔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주파키스탄 무관으로 아프간까지 혼자 담당하고 있는 허 대령은 '미라클'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프간 카불 공항과 인천공항 사이의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이송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아프간 현지 탈레반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미사일 회피 기능이 있는 C-130J(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2대가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오가는 셔틀 역할을 하고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공항은 자국 항공기 우선이라 타국 항공기에는 비협조적이다"라며 "허 대령이 현지의 협조를 잘 얻어내면서 수송기가 수차례 오가는 동안 급유와 이착륙과 아프간인들의 탑승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던 탓에 모친 임종 소식을 듣고도 임무를 계속 수행해왔다. 그는 현재까지 현지에 남아 후속 지원 작업에 임하고 있다. 한국의 가족들도 허 대령에게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진녕이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릴 테니 대견해하실 것"이라며 "나랏일 하는 게 더 중요하니 귀국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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