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차량 압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대화하던 친미(親美) 성향 정부 측 인사를 돌연 가택연금 시켰다. 전 정부 지도자들의 손을 잡으며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경호팀의 무기와 차량을 압수했다. 이틀 뒤에는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의 집도 수색했고 그의 경호팀과 차량도 역시 몰수했다.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경호원 없이 실질적으로 가택 연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 입성으로 사실상 아프간을 장악한 후 새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서구식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정부’를 주창하며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의장 등과 회동해왔다.
전날에는 정부를 이끌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인 ‘12인 위원회’에 두 사람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하루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날 CNN 보도에 대해 탈레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탈레반은 최근에는 여성 인권 존중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변화한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면서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아프간 전역에서는 탈레반 지도부의 말과 달리 시위대 겨냥 발포 등 잔혹 행위가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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