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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13명 희생에 "응징" 다짐했지만… 책임론 불거지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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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13명 희생에 "응징" 다짐했지만… 책임론 불거지는 바이든

입력
2021.08.27 15:30
수정
2021.08.28 11: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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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K 자살폭탄 테러에 미군 등 90명 이상 숨져
IS '정밀 공습' 응징 예고...31일 철군 시한 유지
바이든 '아프간 철군' 결정 비판 목소리 계속돼

“용서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우리는 당신들을 추적하고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던 도중 발언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던 도중 발언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군 13명을 비롯해 90명 넘게 희생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분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테러 발생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테러를 저지른 IS에 보복을 가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동시에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과 현지 미국인 등 철수작전은 예정대로 31일까지 마치겠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테러 희생자가 발생했는데도 미군 철수를 강행하는 데 대한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허술한 철수작전과 철군 시점 결정 오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추가 테러 발생과 IS 응징 실패를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불을 보듯 뻔한 민간인 희생을 그대로 놔둔 채로 미군만 서둘러 빠져나간 행태를 놓고 총체적인 책임론이 안팎에서 불거질 전망이다.

울먹인 바이든 “IS에 무력ㆍ정확성으로 대응”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카불 공항 테러 관련 대국민연설을 갖고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모든 행사를 취소한 뒤 서둘러 잡은 연설 일정이었다. 그는 “우리는 가슴이 찢어졌고 분노했다. 미국에 해를 가하려는 누군가와 이번 공격을 강행한 이들은 이걸 알아야 한다”며 응징을 다짐했다. 이어 “내 지휘에 따라 모든 방법을 통해 우리의 이익과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대응 의지도 확인했다. IS를 겨냥해선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무력과 정확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지도부에 IS 아프간지부인 호라산(IS-K)의 자산, 지도부, 시설 타격 작전계획 수립을 지시, IS 근거지와 지도부를 겨냥한 ‘정밀 공습’ 같은 방식의 응징 작전도 예고했다. “필요하면 추가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26일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당한 아프간인들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카불=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26일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당한 아프간인들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카불=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어조와 연설 내용은 강경했지만 사이 사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테러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철군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번 테러는) 근본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20년 전쟁을 끝낼 때였다”라고 강변했다. 또 “(이번 테러로) 철수작전이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작전을 계속해 완주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협력자를 다 빼내지 못하더라도 31일 철군 시한을 지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이다.

“멍청한 선택지 택해” 비판 쏟아져

당장 비판이 쏟아졌다. 댄 그랜쇼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바마와 트럼프 등 부시 이후 모든 대통령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바이든은 가능한 한 가장 멍청한 선택지를 택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우리는 지금 피로써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1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미군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정보당국이 IS-K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계작전 실패도 이야기되고 있다. 9ㆍ11테러 20주년 이전에 아프간전쟁 종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고집이 탈레반을 비롯해 IS 등에게 미국의 등을 보인 후퇴였고,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의 철군 시한 연장을 거부해 대서양동맹에 상처를 남긴 것도 뼈아프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25일 미군 공수부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뒤로는 미군 소속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25일 미군 공수부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뒤로는 미군 소속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불=AP 연합뉴스


특히 철수 시한을 닷새 남겨둔 26일까지 아프간에서 철수하지 않은 미국인이 1,000명 이상이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을 도왔던 아프간 현지 인력 중 철수 대열에 합류시키지 못한 인원도 수만 명에 이른다. “아프간 내 미국인을 끝까지 구하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14일 이후 10만 명 이상을 철수시켰지만 남겨진 인원이 해코지를 당할 경우 ‘바이든 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이날 “공항을 겨냥한 로켓ㆍ차량폭탄 공격 등 IS의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추가 테러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초반 가장 불안정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아프간에서 13명의 미국인이 숨진 것은 노련한 세계 지도자이자 확실한 수단을 갖고 있다는 바이든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위협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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