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우려로 실내 → 실외 브리핑 장소 변경
10여분 브리핑 진행 동안 뒤에서 우산 들어
법무부 "취재진 편의 제공? 위해 자세 낮춘 것"
강성국 차관 "직원 노력 살피지 못해 죄송"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보좌관이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위해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강 차관은 27일 오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협력자와 그 가족 등 377명이 입소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브리핑은 인재개발원 내 교육동 1층 제2강의실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취재진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인재개발원 정문 앞 도로로 브리핑 장소가 변경됐다. 방역당국에서도 실내 브리핑 개최에 부정적 의사를 드러냈다.
브리핑은 비가 오는 가운데 야외에서 10여 분 동안 진행됐다. 브리핑이 열릴 동안 진천에선 시간당 10mm 안팎의 비가 내렸다. 연신 내린 비로 아스팔트가 축축하게 젖었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강 차관은 아프간인들이 탄 버스가 인재개발원 쪽으로 들어오자 환영하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이때만 해도 보좌진은 강 차관을 위해 우산을 들지 않았지만, 브리핑이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강 차관 보좌진은 처음엔 마이크와 원고가 놓인 테이블까지만 우산을 씌울 수 있도록 차관 옆에 있으려다가 촬영기자들 요구로 차관 뒤로 물러났고, 브리핑 내내 우산을 높이 들어올리고 있었다. 보좌진은 자신의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도록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이내 무릎까지 꿇었다. 보좌진은 낮은 자세에서 비를 맞으며 우산을 계속 들고 있느라 중간중간 힘에 부쳐 손을 떨기도 했다. 다만 브리핑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될 땐 권내건 부대변인이 우산을 들었다.
이 같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자 황제 의전 논란이 일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이냐"며 "정의를 대표하는 법무부의 차관이 국민 앞에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직원의 무릎을 꿇린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재진 요청에 따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세를 낮춘 상황이었다"며 "예상보다 브리핑이 길어져 보좌진의 불편한 자세가 이어졌는데, 당사자도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어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입장문을 내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뤄지도록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점,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제 자신부터 주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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