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역공을 펴면서 정쟁을 촉발시켰다. 의혹을 제기하는 여당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맞불을 놓자 여야는 윤 의원 사퇴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미뤄둔 채 정치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국민 눈높이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다 정쟁에 휘말린 정치권 행태가 한심하다.
의원직 사퇴라는 윤 의원의 무리수로 논란이 커졌지만 애초 국민의힘이 면죄부를 주면서 화를 키운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민의힘은 절반에 대해서만 탈당 권유 및 제명 처분을 내렸다. 권익위에서 통보한 12명 전원에게 제명ㆍ탈당을 권고한 민주당보다 가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윤 의원의 ‘특공 시세차익’ 등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자 지도부는 “윤 의원 측에서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며 오락가락한 행보마저 보였다. 이제 와서 발을 뺄 것이 아니라, 셀프 면죄부에 대한 실책을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제명처분과 탈당을 권유한 의원들의 처리에도 소극적이다. 제명처분을 받은 한무경 의원은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5명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탈당 요구는 당헌ㆍ당규상 탈당 권유와 달리 강제력조차 없다. 이 대표가 탈당을 거부하는 5명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는데, 윤리위도 없는 상태에서 탈당을 요구한 지도부의 진심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민주당의 처리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 10명 가운데 4명은 여전히 탈당계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당 차원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탈당계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우상호 의원 등 3명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탈당 권유 조치가 철회됐다. 민주당 조치 또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던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