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올해 5월 실시 조사 인용?
'개혁 찬성 여부'만 물은 단순 조사
'국민 80%가 찬성하는 법안.'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주장할 때 내세우는 근거다. '80%'라는 숫자의 출처는 한 여론조사다. 그러나 해당 조사가 실시된 시기는 올해 5월과 지난해 5월로, 민주당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리가 제대로 조명되지도 않았을 때다.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끌어다 과대포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80% 찬성' 여론조사만 언급하는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개정안 찬성 여론이 60~80%"라고 주장한다. 김남국 의원은 30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안 자체에 대해선 60% 이상, 일반적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80% 이상까지 찬성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2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요구한 법안"이라고 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에 국민 8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세 의원은 어느 조사를 인용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이후 공표된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니, 민주당 언론개혁안 찬성률이 80%까지 나온 것은 리서치뷰·미디어오늘의 조사였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실시한 리서치뷰 조사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81%와 80%로 집계됐다. 여당 의원들이 떳떳하게 인용할 수 있는 조사일까.
"당위적 내용 물어보면 반대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문제는 설문 문항의 편향성이다. 해당 조사는 "민주당 개정안은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 보도, 권력형 비리 보도를 비롯해 공익적 보도를 막을 수 있다"는 국내외 언론단체와 학계의 우려가 본격적으로 분출되지 않은 시기에 실시됐다. 설문 문항은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만 물을 뿐, 민주당 개정안에 대한 우려는 배제돼 있다.
이달 20, 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조사도 "언론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데 그친다. 다만 언론중재법에 대한 사회적 찬반 논의가 뜨거웠던 때라, 찬성률이 54.1%로 떨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를 비롯한 메이저 조사기관이 공동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나 한국갤럽 조사 등 보다 공신력 있는 조사에서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찬반을 심도 있게 물은 적이 없다. 이에 일부 조사 결과만 보고 여론을 속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3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식으로 당위적인 내용을 물으면 반대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며 "찬반 양쪽 주장을 각각 묻는 등의 방식으로 균형있게 접근한 여론조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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