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604조4,000억 원 규모로 3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올해 본예산 558조 원보다 8.3%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현 정부 예산 증가율은 2018년 7.1%를 기록한 이래, 내년을 포함한 최근 4년 연속 8~9%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완전한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한 확장적 예산”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4%대 성장에 이어, 코로나19 충격이 가실 내년에도 빠른 경기회복세를 예상한다. 그럼에도 확장예산을 편성한 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코로나19 집중 피해계층 지원과 양극화 해소, 차세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재정투자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소상공인 손실보상 외에 83조 원 이상의 양극화 대응예산, 33조7,000억 원 규모인 한국판 뉴딜 예산 등은 이번 예산안의 방향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현 정부 집권 5년간 예산 증가율이 평균 8.6%에 이르면서 내년 국가채무도 2017년 말 660조 원보다 400조 원 급증한 1,068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GDP 대비 50.2%에 달하는 규모다. 기재부는 당초 예산을 600조 원 미만, 증가율을 7.5%로 잡아 국가부채 증가폭을 줄이고, 내년도 세수 증가분 일부를 국채 상환에 쓰려고 했지만, 애초보다 5조 원 정도 예산이 늘어나면서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정부는 새로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계획’에서 2023년 예산 증가율 5%를 비롯해 차기 정부 예산 증가율을 2025년까지 4%대로 묶어두는 사실상 긴축재정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확장재정 후유증을 고스란히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재정 해이’일 수 있다. 특히 현금 복지 급증이나 SOC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27조5,000억 원이나 편성된 건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만큼, 국회 심의에서는 보다 책임 있는 재정건전화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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