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과 ‘황하나 마약’에 이어 ‘불가리스 파문’까지 일자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을 공언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앞서 5월 초 그는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과장했다 반발이 커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5월 말엔 지분 53%를 3,107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총을 돌연 연기한 데 이어 결국 계약을 깼다.
계약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홍 회장은 매수자가 ‘사전 구두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하고 비밀유지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수자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법원은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매수자의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 일가가 회사 사업과 자산의 일부를 요구하며 협상이 결렬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홍 회장이 처음부터 사퇴나 매각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로 홍 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보직 해임된 장남도 슬그머니 전략기획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은 상무보로 승진했다. 홍 회장이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거짓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면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구멍가게도 아닌 상장사 매각을 주가가 오르자 단순 변심으로 뒤집는 것은 자본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용납해선 안 된다.
남양유업 매각은 지루한 법정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의 가치는 추락하고 소액주주들과 낙농가, 대리점주, 직원들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홍 회장은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가 무엇인지 숙고하길 바란다. 남양유업을 57년 동안 사랑해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은 지키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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