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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매각 무산, 홍원식 회장 '눈물의 사퇴쇼'였나

입력
2021.09.0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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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대리점 갑질’과 ‘황하나 마약’에 이어 ‘불가리스 파문’까지 일자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을 공언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앞서 5월 초 그는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과장했다 반발이 커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5월 말엔 지분 53%를 3,107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총을 돌연 연기한 데 이어 결국 계약을 깼다.

계약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홍 회장은 매수자가 ‘사전 구두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하고 비밀유지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수자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법원은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매수자의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 일가가 회사 사업과 자산의 일부를 요구하며 협상이 결렬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홍 회장이 처음부터 사퇴나 매각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로 홍 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보직 해임된 장남도 슬그머니 전략기획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은 상무보로 승진했다. 홍 회장이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거짓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면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구멍가게도 아닌 상장사 매각을 주가가 오르자 단순 변심으로 뒤집는 것은 자본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용납해선 안 된다.

남양유업 매각은 지루한 법정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의 가치는 추락하고 소액주주들과 낙농가, 대리점주, 직원들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홍 회장은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가 무엇인지 숙고하길 바란다. 남양유업을 57년 동안 사랑해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은 지키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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