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달 29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 중의원 해산 카드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 중의원을 해산하면 총재 선거가 연기된다는 점에서 "자신의 총재 임기 연장만 골몰한다"는 당내 반발이 나오자 당초 구상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1일 중의원 해산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최우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다.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해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늦게 '총리, 9월 중순 해산 의향'이란 속보가 나온 뒤 자민당 내에선 동요와 반발이 확산됐다. 이미 복수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당장 중의원을 해산하면 차기 총재 후보군의 경쟁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의 포기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의 설득에 따른 것이다.
아사히 "총리 머릿속엔 재선 궁리뿐이냐" 비판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상황론'으로 중의원 해산(총선 실시) 불가 이유를 댔지만, 정작 본인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행보로 비판을 자초했다. 스가 총리는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니카이 도시히로 당 간사장 교체를 포함해 갑작스럽게 자민당 임원 인사를 단행할 방침을 밝히는 등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남발했다. 지난달 자신의 지역구인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 완패한 뒤 30%를 밑도는 내각 지지율을 기록한 와중에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 총재 출마선언을 하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국면에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 요양 중 사망하는 사람이 늘면서 야당은 임시국회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스가 총리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재선만을 위해 연달아 무리수를 던지는 모습에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코로나 아래의 총리, 국회보다 연명책을 우선하나”라는 사설에서 “총리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은 총재 선거에서 재선되기 위한 궁리뿐”이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코로나 재난으로 국민은 인내를 강요당하는데 권력 유지에 급급한 것이 총리의 바람직한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니카이 교체 등 당 인사쇄신안에도 당내 비판 쇄도
당내 분위기는 차갑다. 나카타니 겐 전 방위장관은 1일 다니가키그룹 회합에서 “총재 선거 일정은 이미 잡혀 있는데 마음대로 개인 사정으로 변경하면 자민당은 신뢰를 잃는다”고 스가 총리를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스가는 이제 무리. 총재 선거를 건너뛰려 하다니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달 초 니카이 간사장을 비롯 당 3역을 교체하겠다는 인사 쇄신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간사장이나 정조회장 등 핵심 당직에 임명함으로써 정권 유지를 꾀할 생각이다.
하지만 인사를 하더라도 총재 선거와 총선(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불과 한두 달 만에 바뀔 수 있다. 다케시타파의 중견 의원은 스가 이외 후보가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타이밍에 주요 포스트를 맡는 것은 독이 든 떡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호소다파의 다선 의원도 “사리사욕 인사다. 단행하면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