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50m 공기소총 3자세 동메달 획득
“부모님께 메달로 보답한 거 같아”
태권도 주정훈 패자부활전 통해 동메달 획득
“할머니 마음의 짐을 덜어드려”
한국 장애인 사격 베테랑 심영집(48ㆍ강원시)이 9년 만에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생애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영집은 2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공기소총 3자세(SH1) 결선에서 442.2점을 쏴 3위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격에서 나온 한국팀 3번째 메달이다.
심영집은 경기를 마친 뒤“런던 때 막판에 한발을 남기고 실수해 메달을 놓쳤다. 9년 만에 메달을 따 기쁘다”며 “그때보다 긴장도 덜했고, 정신력도 강해졌다. 훈련한 만큼만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영집은 처음 참가한 패럴림픽인 2012 런던 대회에선 같은 종목에서 4위에 그쳤고, 4년 뒤 리우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심영집은 이날 오전 예선에서 1,161점, 5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소총 3자세는 예선에서 슬사(膝射), 복사(伏射), 입사(立射) 자세로 40발씩 총 120발을 쏴서 합산 점수로 순위를 내는데, 경기가 2시간 45분 가량 진행돼 소총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심영집은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선 첫 5발에서 50.4점으로 공동 4위로 오르더니, 10번째 총알을 쏜 뒤 102.2점으로 잠시 2위에 머물기도 했다. 이후 5∼6위를 오갔지만, 36∼40번째 발사에서 49.5점을 추가하며 3위로 도약했다.
심영집은 1998년 운전 중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척수장애를 안게 됐고, 2003년 탁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강릉시청의 강주영 감독 권유로 총을 들었다. 심영집은 “(부모님께서) 지금도 기도하고 응원해 주신다. 메달로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며 “사격은 이제 내 인생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게 사격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영집 외에도 한국 대표팀은 탁구 단체전(스포츠등급TT1-2)에서 차수용(41ㆍ대구광역시)과 박진철(39ㆍ광주시), 김현욱(26ㆍ울산시장애인체육회)이 은메달을, 태권도 75㎏급(K44)에서 주정훈(27ㆍSK에코플랜트)이 동메달을 각각 추가했다.
탁구 대표팀은 결승에서 프랑스에 1복식, 2단식을 잇따라 내주며 0-2로 패했지만 은메달을 추가, 이번 대회를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로 마감하며 효자종목 역할을 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주정훈은 16강전에서 자신을 꺾은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ㆍ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만나 24-14로 완승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2세 때 맞벌이하던 부모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주정훈은 “할머니께서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다쳤다고 한탄을 많이 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태권도의 길로 이끌어 주시고 큰 용기를 주신 어머니께 메달을 선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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