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사실상 일본의 차기 총리를 정하는 해당 선거 흐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 집행부나 여러 파벌 수장들의 지지를 받았던 스가 총리가 남긴 ‘공백’ 탓에, 다수 후보가 총재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누가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스가 내각 때와는 다른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높은 인기' 고노 다로... '출마 고민' 이시바 시게루
스가 총리의 ‘퇴임 의사’ 발표 전까지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힌 사람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차기 총리’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2%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기시다는 지난달 26일 출마 선언 후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0%까지 급격히 올라갔다. 하지만 이는 ‘반(反)스가’ 여론이 기시다에 모였기 때문으로,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후보가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여론조사에서 올해 내내 거의 비슷한 지지율로 1, 2위를 다툰 건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었다. 고노 장관은 총재 선거 출마의 뜻을 굳히고 추천인 20명을 모으는 데 착수했다고 이날 TBS방송 등이 보도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그는 “동료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출마 여부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이시바 전 간사장도 “전혀 새로운 전개가 됐다. 무엇이 일본을 위해, 자민당을 위해 취해야 할 길인지, 동지들과 상의하면서 적당한 때 결론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방위장관 시절 한국 정부와 크게 부딪쳐
고노 장관은 일본 국민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 파벌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려 총재 선거에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탈원전’ 소신을 강하게 밝힌 적이 있고, 부친이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였다는 점도 극도로 보수적인 아베·아소에겐 불신의 요인이다. 두 사람은 아베 내각의 외교안보 정책을 답습한 스가 총리의 연임을 지지해 왔지만, 이제는 고노 장관도 자신의 뜻을 펼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고노 장관은 과거 외무장관과 방위장관을 지내던 당시, 한국 정부와 크게 부딪친 적이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아베 내각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등이 이어지던 때였다. 다만 한 언론 인터뷰에선 강경화 전 외교장관과 “잘 맞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자민당의 고루한 정치인들과 달리 화상회의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을 잘 활용하며, 행정개혁장관으로서 ‘행정 서류 날인’ ‘팩스 사용’ 등 관행 등을 철폐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시바, 합리적 성향 '지한파'... 자민당 지지층 인기는 상대적으로 낮아
아베 전 총리와 여러 정책에서 대립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은 합리적 성향이자 ‘지한파’로도 알려져 있다. 2019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당시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던 것이 여러 문제의 근본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 오부치 게이조 총리, 김대중 대통령 시절과 같은 좋은 관계를 되찾아야 한다”며 한일 관계 복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다만 국민적 인기와 자민당 지지층 내부에서의 지지는 고노 장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외에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 등도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 선거는 후보 개인의 인기뿐 아니라 당내 파벌의 선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 영향력이 있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의 의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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