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일 충청 순회경선 투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첫 순회경선 지역인 충청에서 예상을 뒤집고 과반 득표로 '대세론'을 입증했다. 당내 비주류라는 한계에도 당심(黨心)도 계파보다 '본선 경쟁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이 지사가 역대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담당해온 중원을 선점한 것은 향후 경선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충청서 '예상 밖' 과반 득표
5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세종·충북 순회경선 결과, 이 지사는 54.54%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29.72% 득표에 그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7.09%), 정세균 전 국무총리(5.49%), 박용진 의원(2.22%), 김두관 의원(0.93%)이 뒤를 이었다.
전날 대전·충남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지사는 54.81%를 얻어 2위인 이 전 대표(27.41%)를 더블스코어로 눌렀다. 정 전 총리(7.84%)가 3위, 추 전 장관(6.67%)이 4위였다. 누적 결과에서도 이 지사는 54.72%의 득표율로 2위인 이 전 대표(28.19%)를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3위 정 전 총리(7.05%), 4위 추 전 장관(6.81%)였다.
이틀간 충청 경선에서 유권자 다수를 차지한 권리당원의 표심은 이 지사를 향했다. 당내 계파와 친소관계 등 조직력에 좌우되는 대의원의 표심에 비해 권리당원 표심은 당심을 좀 더 잘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사는 세종·충북에서 권리당원에게서 54.94%로 이 전 대표(29.26%)를 25%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대전·충남에서도 이 지사는 55.21%를 얻어 27.23%를 기록한 이 전 대표를 두 배 이상 앞섰다.
'본선 경쟁력' 택한 당심... 민심과 다르지 않았다
친문재인계가 다수인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이 지사가 이틀 연속 압승을 거두자, 당내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1위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과반 득표를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비문재인계로 당내 비주류인 이 지사는 그간 당내 지지율이 전체 국민 지지율보다 낮은 게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당내 주류인 친문계가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던 이 지사에 대해 여전히 '비토 정서'를 갖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충청 경선 결과는 당심이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 지사 대선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결국 권리당원들도 본선 경쟁력을 따져 투표한 게 아니겠느냐"며 "당내 '반이재명 세력'의 목소리는 클지언정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이 재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전날 대전·충남에서의 압승을 의식했는지 이 지사는 이날 순회경선 연설에서 "전 지역, 전 연령대, 모든 진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후보는 필승카드는 바로 이재명"이라며 본선 경쟁력을 한껏 부각했다.
대선 바로미터 '충청' 지역의 의미
충청권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유권자는 7만6,000여 명으로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민주당 선거인단의 4% 수준이다. 그러나 충청 경선은 유권자 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첫 경선 성적표인 만큼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지역 경선과 12일 발표되는 1차 선거인단(64만1,922명)의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지사의 대세론을 굳히는 밴드왜건 효과(상대적으로 우세해 보이는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중도층과 부동층의 영향력이 큰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곳이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세운 '충청 대망론'을 꺾을 수 있는 후보는 이 지사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 경선은 TK… 이재명 3연승 이어가나
이 지사가 다음 경선지인 대구·경북에서도 압승을 거둬 3연승을 이어간다면 대세론을 굳혀 본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이 지사의 구상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인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2일 발표되는 1차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변화할 수 있다.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가 권리당원의 30%를 점하고 있는 호남에서 선전한다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는 '전략적 투표' 경향을 보여왔지만,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전남 영광)와 정 전 총리(전북 진안)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한편, 충청권 경선 결과는 이 지사를 겨냥한 도덕성 검증이나 네거티브 공세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경쟁 주자들이 추격의 고삐를 당길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 네거티브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 모두 검증의 마스크를 쓰자"며 "검증의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본선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에 대한 검증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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