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를 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이달 말 예정된 가운데, 예상 후보들이 대국민 ‘발신력’(메시지 전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신의 정책이나 관심 이슈를 전략적으로 부각시키는 자질이 총재 선거의 주요 검증 잣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발신력 부족’이 지적돼온 데다 자민당이 향후 총선(중의원 선거) 국면을 주도하려면 '당의 얼굴'이 여론을 능숙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1년 전 총재 선거가 당원 투표 없이 국회의원과 지역 대표만 투표하는 약식으로 치러진 반면, 이번엔 113만 명에 달하는 당원 투표도 실시돼 국회의원 표(383표)와 동수로 반영된다. 총재 선거에 당원 투표가 도입된 1978년 이후, 당원 투표와 지방 표에서 1위를 하고도 국회의원 표에서 밀려 낙선한 사례는 2012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유일하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패배했다.
과거에는 당원 표를 모으기 위해 지역을 돌며 대규모 유세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행사가 어려워 후보들은 TV출연이나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고노 다로 '발신력' 1위, 이시바 시게루 '인품' 1위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 중 가장 발신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쪽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장관이다. 요미우리신문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후보 1위(23%)로 꼽힌 고노 장관은 ‘발신력(88%)’과 ‘개혁의욕(82%)’을 높게 평가 받았다. 트위터 팔로어가 236만 명에 이르며, 정책 소개는 물론 개인적인 일상이나 견해도 솔직하게 밝히는 편이다. 아직도 팩스 사용이 일반적인 일본에서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하는 보기 드문 정치인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행정개혁 담당으로서 정부·지자체에 ‘인감 폐지’와 ‘팩스 사용 중단’을 적극 추진했다.
출마를 검토 중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TV 출연이 잦아 인지도가 높고 언변이 매끄럽다. 스가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3일에도 다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시사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모습을 드러낸 적도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그의 ‘인품(78%)’을 높게 평가한 응답자가 많았다. 덕분에 당원과 지역에서 인기가 많아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3위를 했지만 지역 대표 표로는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총재선거 2위)을 제쳤다.
기시다, 선제적 출마 이점 활용 TV·유튜브 전방위 출연 '노출 최대화'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주요 후보 3명 중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는 물론 유튜브도 활용하고 있다. 5일 후지TV에 출연해 자위대법 개정 등을 주장하며 보수층에 호소했고, 유튜브를 통해선 국민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기시다 BOX’라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6일에는 닛폰TV 아침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등 선제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이점을 활용해 미디어 노출을 최대화하려는 모습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은 고노, 기시다, 이시바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지만 인터넷에서 ‘넷우익’의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우익 세력이 주류인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구글 트렌드’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언급 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교안보뿐 아니라 성평등 등 모든 정책에서 극도로 보수적이라 폭넓은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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