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적모임 제한 완화 인센티브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체 인구 대비 이날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58.4%로 3,000만 명을 넘겼고, 2차 접종자는 1,700만 명으로 34.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확진자가 아닌 중증자 중심의 방역 대책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늘어날 확진자들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 등 보완책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5월 '마스크 프리' 운운하는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내놨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했던 상황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①위드 코로나, '방역해제' 아니다
이런 기류는 방역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을 두고 "일각에선 확진자 수를 신경 쓰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앤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어 방역적 긴장감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내부적으로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말을 쓴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10월이 돼도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를 없애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면서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한 영국의 경우, 현재 매일 2, 3만 명의 확진자와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영국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나은 편이니 그 정도 상황은 감수하겠다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사망자가 지금의 10배 이상 불어나는 것"이라며 "영국과 같은 형식의 ‘위드 코로나’는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위드 코로나'가 거론될 무렵부터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②동네 의원이 경증환자 보려면 정밀한 매뉴얼을
전문가들은 방역 체계 전환에 따라 의료체계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감염되자마자 무조건 격리하는 게 아니라 무증상,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이 치료하고, 대신 중환자들은 대형병원이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유행성 독감처럼 코로나19도 1차 진료는 동네 의원에서, 위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관리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며 "이는 결국 지역별 감염병 치료병원 인프라가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동네 의원이 정교한 대응을 하려면 엄밀한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하고, 위중증 환자는 확실하게 치료해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역학조사 등의 역량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을 일정 정도 완화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줄어도 코로나19 그 자체로 인한 피해는 일정 부분 늘어난다"며 "추적 관리에 필요한 역학조사나 격리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300명대 위중증 환자 규모가 몇 년 이상 유지될 각오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③백신 효과, 치명률 넘어 '면역도' 조사를 하자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해서도 좀 더 정교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백신 접종 70%’를 달성하면 이제는 실제 백신 효과를 검증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항체 조사다. 현재 방역당국은 치명률을 근거로 백신 효과를 판단하는데, 이는 사후적이고 정확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부스터샷 접종의 경우 어떤 근거 기반이 있어서가 아니라 접종완료자 중 돌파감염이 몇 건 발생하자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추석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전체 국민의 10% 정도라도 샘플을 뽑아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항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나 치명률 같은 수치가 아니라 항체조사를 기반으로 집단면역 달성 정도, 이후 위험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부스터샷 접종 대상과 규모, 사회적 거리두기 등 향후 정책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④방역논의, 전문가와 국민참여기구 이원화하라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는 사회적 합의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자문기구는 생활방역위원회다. 여기에는 의약계 전문가들, 인문사회 등 학계 인사, 시민사회와 소상공인 대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한데 뒤섞을 것이 아니라 이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재욱 교수는 “작년 말부터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과 국민 불편이 커졌는데 제대로 반영이 안 된 부분이 있다”며 “전문적 의견을 낼 수 있는 전문가 기구는 국가과학위원회처럼 별도로 두고, 국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 수 있는 기구는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도 “논의과정에서 비전문가까지 포함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기에 전문가 논의를 우선하되, 전문가 논의 결과를 토대로 사회구성원이 토론·합의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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