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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 분명한데 책임자는 없다?... 공군 '성추행 사망' 관계자 기소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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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 분명한데 책임자는 없다?... 공군 '성추행 사망' 관계자 기소 '0명'

입력
2021.09.07 18: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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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전익수 실장 '불기소' 의견
형사책임 물을 수 있는 혐의 입증 못 해
"가해자만 처벌, 수사팀엔 면죄부" 비판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A중사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성남=뉴스1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A중사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성남=뉴스1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A중사 사망 사건 수사의 총책임자 격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을 재판에 넘길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혐의를 못 찾았다는 건데, ‘부실 수사’ 책임자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이번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수사 관계자는 한 명도 없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전날 제9차 회의를 열고 전 실장과 공군 법무실 소속 고등검찰부장(중령), ‘초동수사’ 직접 책임자인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를 권고했다. 국방부 측은 “수사심의위가 군 검찰과 피의자, 유족 측 의견을 고루 청취한 뒤 의결했다”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심의위는 대신 비위 사실 통보 절차를 거쳐 공군이 이들 자체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군 수사당국이 전 실장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의 혐의 입증에 실패한 탓이다. 전 실장을 법정에 세우려면 그가 A중사 성추행 사건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의도적으로 늦추거나 방기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지만 증거 확보는 상대적으로 불충분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전 실장의 휴대폰 포렌식도 실시했으나, 뚜렷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올 3월 선임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가해자와 상관들의 2차 가해에 시달리다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들은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를 받고 있다. 반면 성추행 사건 송치 이후 두 달 넘게 가해자 조사를 외면한 공군 법무실 관계자들은 부실 수사 책임을 사실상 면하게 됐다. 심의위 의결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방부 검찰단이 심의위 판단을 뒤집고 전 실장을 기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법리적 증명이 어려운 현실을 무시하면서까지 기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4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의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4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의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군 당국이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처벌을 약속한 만큼 “부실 수사를 인정하고도 책임자는 없다”는 결과를 여론이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군 수장인 이성용 당시 참모총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정작 초동수사 지휘부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불식시키려 도입한 심의위와 특임 군검사제의 의미도 퇴색해 버렸다. A중사 유족 측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리적 해석과 별개로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일단 검찰단의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9차 회의를 끝으로 심의위 활동은 종료됐다. 심의위는 활동 기간 17명의 기소 여부를 심의해 성추행 가해자 등 9명은 기소를, 전 실장을 포함한 8명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을 냈다. 국방부 검찰단도 이르면 다음 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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