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비결이 아마 '잡내의 제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잡내는 과연 제거된 것일까?
미각과 후각은 식품 속의 분자를 감각하는 것이고, 분자(원자)는 스스로 분해되거나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라 제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맛 물질은 원래 휘발성이 적고, 냄새 물질은 휘발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는 아니다. 만약에 냄새가 그렇게 쉽게 휘발한다면 음식을 잠깐 끓이기만 해도 냄새가 완전히 사라져 무취의 음식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 물질은 휘발해 농도가 낮아지지만, 우리 코는 농도가 낮아진다고 그만큼 약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다. 냄새는 워낙 작은 양으로 감각되는 것이라 높은 농도에는 진한 만큼 진하게 느끼지 못하다가, 희석되면 오히려 수용체의 숫자와 균형이 맞아 제 양만큼 느낄 수도 있다.
잡내를 제거하려면 원하지 않는 냄새 물질만 빠르게 제거해야 하는데, 한 가지 식재료에 포함된 냄새 물질만 수백 종이고, 그중에서 원하지 않는 냄새만 골라 제거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
그러니 좋은 냄새를 가진 원료가 아니라면 차라리 냄새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흰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냄새가 없는 재료에 원하는 풍미를 가미하는 것이 훨씬 쉽다.
제거보다는 추가가 쉬운데, 향이 약한 경우에는 쉽게 다른 향으로 덮을 수 있다. 사실 향은 냄새가 좋은 물질만 합한다고 좋은 향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적으로는 악취인 물질도 미량 포함되어야 좋은 향이 된다. 인돌은 악취로 유명하지만 재스민에 인돌이 빠지면 풍성함이 부족해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약한 이취는 쉽게 좋은 향으로 조화시킬 수 있다. 결국 잡취는 제거하는 것보다 그것이 덜 느껴지게 하거나 조화를 통해 좋게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흔히 생선에 레몬이나 식초 같은 산을 넣으면 비린내가 중화된다고 말하는데, 비린내는 특이하게 알칼리 물질이라 산에 의해 용해도가 증가해 잘 휘발하지 못해 코로 느껴지는 양이 감소하는 것이지, 분자 자체가 변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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