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토요일 <한국일보> 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한국일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상인 날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 때문에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부터 생계가 달린 심각한 문제까지 온 국민이 경제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1년 반이 넘도록 모든 사람들이 평소와 다른 생활을 하면서 애를 쓰고 있는데도 마스크를 벗겨줄 슈퍼히어로는 묘연하다.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구밀도를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상황은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작용일지도 모른다.
같은 종의 개체들이 모여 상호 작용하는 집단을 개체군이라 한다. 최적의 환경 상태에서는 개체들이 지속적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시간에 따른 개체군의 크기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이론상 무한히 위로 증가하는 J자 형태의 생장 곡선이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경적인 제약으로 인해 사망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떤 한계 이상으로 개체군의 크기가 증가하지 못한다. 자원이 고갈되거나, 생활공간이 부족해지거나, 노폐물이 축적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각 개체가 생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어떤 개체군의 현실적인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초기에는 이론과 비슷하게 개체수가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해 일정한 수준이 유지되는 S자 생장 곡선이 그려진다.
개체군이 일정한 수준 이상 생장하지 못하도록 저해하는 요인들을 '환경 저항'이라 한다.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질병이 확산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이르게 된 것은 대표적인 환경 저항이다. 개체군 밀도가 낮을 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전달되기 어렵다. 그러나 밀도가 높아지면 개체들 사이에 병원체가 퍼져 집단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더욱이 교통이 발달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을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인간 개체군에서의 질병 전파 속도는 다른 생물 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인간 개체군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생장했다. 기원전부터 현재까지의 전 세계 인구 변화를 그린 그래프는 이론적인 J자 생장 곡선과 거의 일치한다. 다른 생물 종이었으면 진작 S자로 꺾여버릴 한계치에 도달했겠지만 인간은 꾸준한 노력으로 환경 저항을 극복하고 환경수용력을 조금씩 늘려왔다. 질병을 치료할 신약과 수술법을 찾고, 부족해지는 자원을 대신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건축과 토목 기술을 발달시켜 거주 공간을 늘리고 노폐물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환경 저항에 맞서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방역 수칙에 따라 질병의 전파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인간 개체군의 환경수용력을 늘리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인간 개체군의 크기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도 함께 생각한다면 더 오랫동안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리라. 세상을 바꾸는 것은 슈퍼히어로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히어로물에서든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작은 노력이 세상을 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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