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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발굴' 지시 산자부 1차관, 부적절하다

입력
2021.09.0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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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국광해광업공단 설립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국광해광업공단 설립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차기 정권 ‘줄 대기’ 파문에 휘말렸다. 대선 국면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의심을 살 만한 처신을 했기 때문이다. 8일 알려진 데 따르면 박 차관은 산업부 내부 메신저를 통해 “대선 캠프가 완성된 후면 늦으니,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우리 의견을 많이 넣어야 한다”며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하네’라고 받아 줄 만하게 제목과 메시지를 다듬은 정책 어젠다를 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민의힘은 즉각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박 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주자가 받아줄 공약을 내라고 지시했다”며 “관가가 벌써 ‘환승 준비’에 몰두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대변인 입장을 냈다. 박 차관의 지시가 특정 후보를 위한 게 아니고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해도, 발상과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재발 시 엄중 문책하겠다”며 질책한 배경이기도 하다.

사태의 발단은 최근 열린 산업부 내부의 ‘미래정책 어젠다회의(가칭)’에서 비롯됐다. 내년도 중점 추진 정책과제들을 정리하기 위한 회의였다. 각 부서별로 제출한 어젠다들이 인상적이지 못했던지 박 차관이 보완 지시를 한 정황이 짙다. 정부 부처로서는 정책 순항을 위해 정치권과 수시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권과의 소통은 통상업무로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그게 각 부처 기획조정실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 차관이 ‘대선 캠프’를 직접 거론하거나, “대선 후보에게 의견을 넣어야 한다”는 말을 한 건 대충 넘길 수 없는 큰 문제다. 적어도 대선을 맞아 정부의 정책논리를 정치권에 ‘주입’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차관의 행태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각 부처 정책이 청와대와 여당에 휘둘린 데 따른 일탈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정부 기강을 다잡는 차원의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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