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기자회견에도 '내용 없음'
"기억 안 나" "수사로 밝혀야" 일관?
법리 공방 태세... "유도신문이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공개석상에 나와 입을 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지 6일 만이다. 그는 의혹의 핵심 키를 쥐고 있지만 “기억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손준성 검사’로부터 전달된 텔레그램 문서의 진위 여부 △본인이 받은 고발장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작성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의 상관관계 등 의혹의 핵심에 대한 질문은 죄다 피해갔다.
대신 김 의원은 “조사기관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달라. 제보자가 밝혀지면, 제 이야기의 진위도 확인될 것”이라며 모든 공을 검찰과 제보자에게 넘겼다.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엔 "그건 유도신문"이라고 답을 피했다.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불리한 대답을 일절 하지 않는 데 집중한 것이다.
무고함 강조했지만… "기억이 없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과의 문답이 1시간가량 이어졌으나, 내용은 '맹탕'이었다.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과 자료를 받았는지’ 등 단순 팩트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 본인의 무고함은 적극 어필했다.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이 작성한 최강욱 의원 고발장이 4월 자신이 손 검사에게 받은 고발장을 기초로 했다는 의혹이 새로 불거졌지만, “저와 관련이 전혀 없다”며 방어막을 쳤다.
모든 공은 검찰ㆍ제보자에게로
김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의 의혹 핵심 인물'이지만 공은 검찰과 제보자에게 넘겼다. 그는 “정황상 '손준성'이라는 이름(텔레그램 대화명)이 붙은 사람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전히 연막을 쳤다. 이어 “제보자가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하니 밝혀질 것이다. 진위 여부는 조사기관에서 밝혀주기 바란다”며 자신의 책임론을 차단했다.
김 의원은 8일까지 한국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제보자를 특정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9일엔 '제보자를 추정한다'는 쪽으로 다소 물러섰다. 다만 "제보자가 밝혀지면 이번 일이 벌어진 경위가 전부 이해될 것"이라는 발언을 되풀이해 '정치 공작' 분위기를 풍겼다.
수사 염두? 질문에 “유도신문” 회피
김 의원은 그간 수시로 말을 바꾸는 ‘오락가락 해명'을 한 데 이어 이날 '방어적 기자회견'으로 빈축을 샀다. 이를 두고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의도적 ‘모호성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언론에 보도되는 자신의 발언 하나하나가 수사에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중에 법정 다툼을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가령, ‘정황상 손 검사에게 문건을 받아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유도신문이다. 그때 상황을 기억한다는 전제로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따졌다. ‘검찰에서 야당으로 문서가 가는 행위 자체가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물음에도 “사실로 확정됐다는 것을 가정한 질문이라 무의미하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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