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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바른손잡이

입력
2021.09.10 04:30
수정
2021.09.13 17: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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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막내 아이는 동기들과 달리 왼손을 참 잘 쓴다.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숟가락질을 하는 것이 수월한 것을 보면 어느 손을 주로 쓰는지는 타고나는 것도 같다. 수업에서 막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본 선생님은 바른손잡이가 아닌데도 글씨가 예쁘다고 칭찬이다. 아이는 바르게 썼는데 왜 바른손이 아니냐며 되묻는다.

‘바른손잡이’란 국어사전에서 ‘한 손으로 일을 할 때에, 주로 오른손을 사용하는 사람. 또는 왼손보다 오른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 풀이하며, 같은 말로 ‘오른손잡이’가 있다. 영어의 ‘right hand(라이트 핸드)’에서 ‘right(라이트)’의 의미가 ‘오른쪽’ 외에도 ‘옳다, 바르다’이거나, ‘오른손’의 어원이 ‘옳은 손’이라는 연구(「새국어생활」13권 4호 참고)를 본다면 언어학적 판단으로는 바른손이 오른손임에 틀림없다. 영어에서는 권투나 야구의 왼손잡이 선수를 특별히 ‘southpaw(사우스포: 왼손잡이 투수가 공을 던지면 왼손이 경기장에서 남쪽을 향하게 되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지칭하는 것을 보면,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표적인 어휘이다.

20년 전만 해도 왼손잡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오른손이 바른손이니 강제로라도 오른손을 쓰도록 하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때는 오른손이 ‘바른손’이 맞았다. 왼손을 주로 쓴다고 해서 바르지 않은 일이 유달리 있는 것도 아닌데, 바른손잡이가 아니라고 구별된다. 지금은 왼손잡이를 배려하고 차별하지 않는 시대이다. 아이는 오늘도 왼손잡이용 어린이 젓가락을 바르게 사용한다. 아이의 시선처럼 왼손도 바른손이 될 수 있을까.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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