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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참사 시대 끝" 아프간 새 정부수반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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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참사 시대 끝" 아프간 새 정부수반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입력
2021.09.09 2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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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드 총리대행, '해외 탈출' 관료들에 귀환 촉구
여성 인권 탄압은 여전... 탈레반 '표리부동' 지속
美 국무장관 "포용적 정부 아니다"... 중·러는 '인정'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신이 아니라 알라가 있다'는 내용의 아랍어가 크게 적혀 있는 전 미국 대사관 건물 앞을 한 탈레반 대원이 지키고 서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신이 아니라 알라가 있다'는 내용의 아랍어가 크게 적혀 있는 전 미국 대사관 건물 앞을 한 탈레반 대원이 지키고 서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간에서 유혈 참사의 시기는 끝났다."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아프가니스탄 총리 대행)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화적 발언을 거듭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고국을 떠난 전직 관료들에게 신변 보장을 약속하며 귀국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수도 카불의 현실은 평화롭지 못하다. 여성과 비(非)탈레반 인사를 사실상 배제한 내각 명단이 발표된 후 여권(女權) 보호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여성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것은 물론,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 제동을 거는 시대착오적 행보까지 걷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前정부 관료, 외국 대사관 모두 안전 보장 "

아쿤드 아프간 총리 대행은 8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전 정부 관료들의 안전과 무사함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 등 기존 정부의 고위 관료 다수가 국외로 탈출했는데, '보복을 하지 않겠으니 자진귀국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외국 대사관과 외교관, 국제구호기관의 안전도 약속하면서 "주변국 및 다른 지역 국가들과 긍정적이고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1년 아프간전 발발 이후 미국 또는 아프간 정부에 협력했던 모든 사람을 사면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는 새 정부 운용에는 경험 있는 관료와 외교 통로, 전문가 등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아쿤드 총리 대행은 탈레반 지도부가 국정 운영과 내전 수습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큰 시험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방침임을 자세히 설명했다.

시위 여성엔 채찍질... "여성에게 스포츠 부적절" 망언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실상은 탈레반의 공언과 정반대다. 새 정부 체계 발표 이후 카불에서 시위를 한 여성들에게는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여성에게 자리가 없는 정부는 없다" "나는 계속 자유를 노래하겠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탈레반의 응답은 "집에 가서 이슬람 토호국(아프간 새 정권)을 받아들이라"는 말, 그리고 채찍질뿐이었다.

탈레반의 '표리부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탈레반 문화위원회 아마둘라 와시크 부대표는 호주 S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스포츠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아프간 인기 종목인 크리켓 경기를 예로 들면서 그는 "여성의 몸과 얼굴이 가려지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슬람은 이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성 인권에 대한 탈레반의 인식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 준 셈이다.

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가 파키스탄을 향해 "아프간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가 파키스탄을 향해 "아프간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혼란 속에 아프간 유대인 공동체의 마지막 일원도 아프간을 떠났다. 아프간 유일의 유대교 회당을 지키던 자블론 시민토브(62)가 이웃 여성·아이들 30여 명과 함께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카불 공항 테러를 자행한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납치·살해 경고가 잇따르자 더는 견디지 못한 것이다.

美 "정당성 얻으려면 행동을" vs 중·러 "새 정부 부정은 못 해"

국제사회 반응은 엇갈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탈레반 내각안에 대해 "그들이 공언한 포용적 정부 구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인사들의 소속과 행적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수배자 등의 고위직 포함을 문제 삼은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탈레반이 국제적으로 체제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며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프간 새 정부 및 지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며 사실상 탈레반 과도정부를 인정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의회 상원의장도 "탈레반이 오늘날 아프간의 새 정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11일 탈레반 과도정부 출범식에 대사급을 파견할 예정이다. 중국과 이란, 파키스탄 등도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달래 기자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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