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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콘도붕괴' 희생자 신원 도용... 인면수심 일당 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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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콘도붕괴' 희생자 신원 도용... 인면수심 일당 재판에

입력
2021.09.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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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데이드 검찰, 30대 3명 기소
언론 보도로 희생자 정보 알아내 악용
도용으로 카드 얻고 약 5000만원 탈취

지난 6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콘도 붕괴 현장에서 구조 요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콘도 붕괴 현장에서 구조 요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니콜 오티즈는 언니 애나 오티즈의 태블릿PC에서 미국의 대형 은행 웰스파고로부터 온 이메일 한 통을 발견했다. 최근 애나의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비밀번호가 바뀌었고, 새 주소로 대체 신용카드를 보내 달라는 요청 등이 은행으로 접수됐으니 이를 확인해 달라는 메일이었다.

그러나 언니는 보름 전인 6월 24일, 희생자 98명을 낳으며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12층 아파트(콘도)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다음 날은 언니의 장례식이었다. 화들짝 놀란 그는 곧바로 문제의 이메일을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마이애미 콘도 붕괴사고 희생자 신원을 도용해 수만 달러를 빼돌린 '인면수심'의 3인조가 벌인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와 지역매체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마이애미데이드 검찰은 신분 도용, 사기 등 혐의로 뱃시 알렉산드라 카초 메디나(30)와 남자친구 로드니 슈트(38), 친구 킴벌리 미셸 존슨(34) 등 3명을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메디나 등은 붕괴된 콘도 거주자 등 최소 7명의 신원을 몰래 썼다. 오티즈와 그의 남편을 포함한 5명은 사고 현장에서 숨졌고 2명은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캐서린 페르난데스 런들(오른쪽 두 번째) 마이애미데이드 검사가 검찰청사에서 마이애미 콘도 붕괴 사고 희생자들의 신원 도용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8일 캐서린 페르난데스 런들(오른쪽 두 번째) 마이애미데이드 검사가 검찰청사에서 마이애미 콘도 붕괴 사고 희생자들의 신원 도용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메디나 일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희생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악용했다. 이후 금융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희생자를 사칭하고, 대체 신용카드 발급 등을 요구했다. 예컨대 이날 검찰이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콘도 붕괴 피해자인데, 개인 소지품이 (무너진 콘도) 내부에 있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메디나의 간 큰 발언이 담겨 있다.

이렇게 손에 넣은 계정과 카드로 챙긴 불법 이득은 최소 4만5,000달러(약 5,250만 원)에 달한다. 추가로 6만7,000달러(약 7,820만 원)도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7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총 28건의 인출 시도가 있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희생자를 이용해 빼돌린 돈은 백화점에서 고가의 지갑과 신발 등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심지어 생존자 중 한 명의 주소를 자신들의 아지트로 변경, 연방재난관리청 지원금을 받아 챙기려 한 정황마저 포착됐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캐서린 페르난데스 런들 검사는 메디나 일당을 ‘사이버 무덤 강도’라고 지칭하며 “매우 숙련된 신분 도용범”이라고 표현했다. 런들 검사는 “(범인들은) 콘도 붕괴 사고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감정적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희생자로부터 빼앗기 위해 매우 발 빠르게 움직였다”며 “다른 희생자 가족들도 신분 도용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수사 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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