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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 지낼게” 약속한 후 전처에 딸 안 보낸 아빠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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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 지낼게” 약속한 후 전처에 딸 안 보낸 아빠 유죄

입력
2021.09.09 16:16
수정
2021.09.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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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살던 딸 데려와선 전처와 연락두절
“돌려보내라” 판결 무시하자 약취죄로 기소
1·2심 모두 유죄... 대법 “딸 복리 침해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혼소송 도중 부인과 외국에서 따로 살던 딸을 국내로 데려온 뒤 약속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돌려보내지 않은 남편에게 대법원이 미성년자 약취죄를 적용, 유죄를 확정했다. 폭행·협박 등이 아닌, 아이를 돌려보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작위’만으로 미성년자 약취죄가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 약취죄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프랑스인 부인 B씨와 2014년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 프랑스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5살 딸 C양을 한국에 데려왔다. 이를 위해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인 8월 초에 프랑스에 다시 데려다 준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A씨는 8월이 한참 지나서도 딸을 붙잡아 둔 채 B씨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딸의 소식이 한순간에 끊겨버린 B씨는 곧바로 프랑스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이후 프랑스 법원은 A씨의 잘못에 따른 이혼을 인정하면서 B씨를 딸의 친권자·양육자로 지정했다. 한국 법원 역시 A씨에게 딸을 프랑스로 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실제 C양을 프랑스로 데려가기 위한 집행시도가 몇 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프랑스어를 잊어버리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C양이 거부해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A씨는 2017년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딸이 프랑스에서 학대를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는 장기간 B씨와 딸의 연락을 방해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학대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면서 “딸의 인도를 거부하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심은 "A씨가 항소심에서 딸을 인도해 B씨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서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C양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9년 10월, 약속 보다 5년 늦게 프랑스에 있는 엄마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대법원은 A씨가 폭행·협박 등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지 않았어도,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이용해 아이의 의사와 복리에 반해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미성년자 약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이를 제때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항상 처벌되는 건 아니지만 “A씨는 장기간 프랑스와 한국 법원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살이던 C양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A씨와 살면서 기존의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친모와 연락하지 못했고, 결국엔 프랑스어를 잊고 친모와의 유대관계도 잃어버렸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C양의 복리 침해”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딸의 행복과 이익을 침해했다는 뜻이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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