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강원도 철원 국도변에 탐스러운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느긋한 마음으로 이름도 생소한 숙근버베나꽃을 세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 순간 꽃들 사이로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청록색 나비를 발견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투 위에 파랑·초록·검정이 점점이 뿌려진 이 나비의 이름은 긴꼬리제비나비. 보면 볼수록 긴꼬리가 제비를 정말 많이 닮았다.
나비치고는 제법 큰 덩치를 가진 긴꼬리제비나비는 자신보다 가냘픈 꽃가지에 앉아 꿀을 빨아먹는다. ‘몸무게’를 생각하면 꽃술에 앉기 위해 계속 날갯짓을 해야 한다. 꿀을 빨기 위해 쉼 없이 날갯짓이라니… 부지런한 움직임에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순간, 꽃술을 입에 물고 날아가는 또 다른 나비를 발견했다. 이 꽃 저 꽃으로 바삐 옮겨 다니며 꿀을 빨던 나비가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그랬을까.
숙근버베나꽃에서 충분한 양의 꿀을 섭취한 나비는 만족스러운 듯 다시 화려한 날개를 펴고 청명한 가을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벌써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지나고 가을이 더욱 청명해졌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비처럼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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