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9일 간담회에서 건설업계 건의에 “안정적이고 신속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지 하루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감정 평가 택지비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 등을 더한 뒤 그 이하로만 분양토록 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올리고 다시 고분양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취지지만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커 도입과 폐지가 반복되다 집값이 급등한 2019년 11월 이후엔 계속 강화돼 왔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선 건 평가할 만하다. 사실 분양가상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건 역부족이다.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에 그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자체별 비용 인정 항목 등이 달라 혼란도 적지 않다. 수익성 악화로 민간업체가 참여를 꺼려 1만2,000가구가 넘는 둔촌주공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를 풀 경우 고삐 풀린 분양가는 치솟고 수요자 부담은 커질 게 뻔하다. 집값 상승세도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걸 공식화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돈줄 죄기에 나선 상황이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만 완화하면 곧바로 공급이 이뤄질지도 따져볼 문제다.
현실과 괴리되고 비합리적인 분양가상한제의 문제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주택 매수세도 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정확한 분석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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