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첩되지 않는 범위 절차대로 진상 조사"
공수처 협조하면서도 수사 전환 진상규명 전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형사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격 수사에 착수한 10일, 그간 의혹을 자체 조사해 온 대검찰청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앞선 조사로 확보한 자료 등을 공수처와 면밀히 협의해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대검 역시 그간의 조사로 유의미한 단서를 포착했을 것”이라며 조만간 수사 전환 등 공수처와는 별개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대검은 공수처가 이날 윤 전 총장 등을 피의자로 적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향후 공수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그간 진상조사를 진행해 온 대검 감찰부 사무실 등도 자료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얘기에 대해, 대검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공수처의 이날 수사 착수에 대검 지휘부에선 적잖은 술렁임이 포착됐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이날 오전 감찰3과장을 통해 공수처의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직후, 김오수 검찰총장에 즉시 대면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예상 밖 행보에 놀란 한동수 부장이 상황을 보고한 뒤, 향후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공수처와의 수사 협조와 별개로 해당 의혹을 자체 수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오수 총장 등이 현직 검사가 포함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는 데다, 강제수사를 할 수 없는 진상조사 내지 감찰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찰3과의 전신인 특별감찰팀은 제약 없이 수사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이번 고발 사주 의혹도 수사로 전환해 진상규명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감찰팀은 2016년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았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신설됐고, 같은 해 고검검사(부장ㆍ차장검사) 및 검사장 등 비위 감찰을 전담하는 특별감찰단으로 발족했다가 현재 감찰부 감찰3과로 자리잡았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등을 입건하면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혐의(개인정보보호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를 적용한 것도 검찰의 수사 전환에 좋은 명분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공수처가 이런 혐의들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낸 만큼, 검찰도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수처가 입건한 혐의 이외에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대검이 이날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한다. 진상 조사 단계를 넘어 정식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대검에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거나 “법률 검토를 했더니 5개 이상 죄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등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윤 전 총장으로선 공수처와 검찰이라는 두 산을 동시에 넘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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