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속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염ㆍ위암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 점막에 주로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염과 위궤양, 위림프종, 위암 등 각종 소화기 질환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전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음식물을 함께 공유하는 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감염 비율이 특히 높다.
김학령 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정재훈 국립중앙의료원 순환기내과장, 민경환 한양대 구리병원 병리과 교수, 김동훈 강북삼성병원 병리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2006년 8월~2009년 9월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2만1,251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위염의 중증도와 심혈관 질환 위험도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위염 중증도는 위염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시드니 분류(Sydney system)’를 이용해 평가했다. 이들의 심혈관 질환 위험은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도를 수치화하는 4가지 예측 모델을 이용해 나타냈다.
분석 결과, 전체 대상자의 절반가량(51.2%)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감염되지 않은 대상자보다 상대적으로 젊었고(평균연령 42.9세 vs 44.7세) 남성 비율이 높았지만(74.7% vs 69.3%), 혈관 건강과 관련된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에서는 두 그룹에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위염의 조직학적 중증도에 따른 심혈관 질환 위험을 확인한 결과에서 두 질환 사이 유의한 연관성이 발견됐다.
체내 헬리코박터균 밀도가 높아 위염 중증도가 높아짐에 따라 4가지 예측 모델의 심혈관 위험도 수치도 모두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뿐만이 아닌 심혈관계 질환 발생에도 관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학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염ㆍ위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 높일 수 있음을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학적 소견을 통해 규명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독성 물질인 ‘CagA’ 단백질을 생성하고 체내 콜레스테롤 대사를 방해하는데, 이로 인한 체내 염증 및 총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이 심혈관 건강 악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신선한 음식을 섭취하는 등 평소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심혈관 대사 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최신호에 발표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