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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도 'D.P.' 같을까, 군대는 정말 바뀔 수 있을까?

입력
2021.09.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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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3인과 20대 군필 인턴기자가 나눈?넷플릭스 드라마 'D.P.' 그리고 군대 이야기

'D.P.'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는 헌병대에 배치된 뒤 우연한 기회에 탈영병을 체포하는 DP병으로 차출된다. 넷플릭스 제공

'D.P.'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는 헌병대에 배치된 뒤 우연한 기회에 탈영병을 체포하는 DP병으로 차출된다. 넷플릭스 제공

세상에서 제일 재미 없는 게 군대 이야기라는 말은 이제 옛말인 듯합니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잇달아 성공하고 있으니 말이죠.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경쟁하는 넷플릭스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드라마 'D.P.'라고 합니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 군인들의 이야기인데요. 탈영병을 잡는 수사극의 장르적인 재미는 물론 상명하복의 억압적인 위계질서, 이를 바탕으로 한 가혹행위 등 뿌리 깊이 박힌 군 내부의 고질적 부조리까지 짚어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청자 반응도 다양합니다. '한 편을 보고 나니 기다릴 수 없어 나머지 5편을 이어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끔찍한 경험이 되살아나 차마 볼 수 없었다'는 사람도 있죠. '요즘 군대엔 저런 일은 거의 없다'거나 '군대라면 언제 어디든 생길 수 있을 일'이라면서 자기만의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갑론을박 하는 일도 많고요. 그래서 'D.P'를 본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던 기자, 공익근무요원처럼 직장인에 가까운 군 생활을 했던 기자,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만 군대를 간접 경험했던 기자, 군 복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인턴기자까지 다양한 시각의 기자들이 'D.P.'와 군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D.P.',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마음 속 악마를 깨운 듯한 느낌"

[고경석] 군대 이야기라고 해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내용이거나 아주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앉은 자리에서 6회 끝까지 봤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잘 그려졌고 군대 문화에 대한 세부 묘사가 좋아서 계속 보게 되더군요.

[라제기]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마음 속 악마를 깨운 듯한 느낌입니다. 옛 시절을 떠올리며 분노하면서도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장르적 재미에 몰입했다가 아들 군대 보낼 생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최재원] 초반엔 군대 드라마라 별 생각 없이 봤는데 부조리 관련 내용이 나오면서부터는 편하게 보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 군 문화에 적응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던 동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다른 부대로 옮겼는데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권영은] 전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보기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몰입하지 않으려고 거리 두는 게 필요할 정도였고요. 권위주의적이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하며 폭력적인 남성문화의 부정적 단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군대 조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만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화다 보니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사회생활 하다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드라마 속 인간상들 한번쯤 다 겪지 않나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군대 내에서 계급장은 필요 이상의 권력을 부여하고, 그 권력은 이유 없는 가혹행위의 유일한 '이유'가 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 군대 내에서 계급장은 필요 이상의 권력을 부여하고, 그 권력은 이유 없는 가혹행위의 유일한 '이유'가 된다 넷플릭스 제공


"내무반에서 벽에 못을 박아두고 그 쪽으로 밀친다던데 정말인가요?

[고] 관련 피해 경험이 없어서인지 특별히 불편하진 않았지만 실제로 군대 내 가혹행위의 피해자라면 불편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킨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비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라] 폭력의 재현은 언제나 논란거리가 될 수 있죠.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특히 성추행 장면은 좀 과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 현실적인 묘사 때문에 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장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권] 여러 사례를 한데 모아놓아서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각 사례들은 세세하게 고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예를 들면 벽에 못을 박아두고 그 쪽으로 밀친다든가 하는 것도 진짜 그렇게 한다고 하던데...

[라]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저 있던 곳에선 대놓고 위협을 가하진 않았습니다. 전방이라서 철책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고 총기를 종종 사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내무반 문화가 아주 가혹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언제 보복할지 모르니까요. 다만 내무반 군기가 세서, 이상한 규율이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병 될 때까지는 앉아서 양말을 못 신었고 군화도 서서 신어야 했어요.

[고] 개인적 경험에 따라, 세대에 따라 ‘D.P.’를 본 군필자의 반응이 많이 다르더군요. ‘요즘 군대는 가혹행위가 많이 줄어서 드라마 속 사례는 거의 없다’는 반응도 있고 우리 중 가장 최근 군대에 다녀온 최재원씨 보기엔 어떤가요. 실제 경험이든, 주위 친구나 선후배의 경험이든.

[최] 물리적인 폭력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적 폭력을 겪은 적은 없지만 괴롭히는 방식이 점점 영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군 생활 1년 정도 했을 때 휴대전화가 도입됐는데 단톡방 왕따, 사적 심부름 이런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드라마 속 세부 묘사가 아주 현실적이라 할 순 없지만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면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장된 부분조차 사실 분명 있었던 일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욕설을 일삼는데 속정은 따뜻한 박 중사, 이게 어떻게 공존하죠?"

[고] ‘D.P’처럼 심한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겪은 적이 있었나요? 전 상대적으로 편하게 다녀서 육체적인 폭력은 별로 겪지 않았지만 언어폭력이 심했던 건 기억에 남습니다. ‘D.P.’에서도 황 병장이 안준호(정해인)의 가정사를 비하하는 언어폭력이 가장 공감이 됐어요. 군대에선 후임에겐 막말을 하는 게 당연한 문화가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저도 조금은 물들어 있더라고요.

[라] 저는 피해자가 아니지만 성추행하거나 돈과 물건 갈취하던 고참이 있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욕이 입에 안 붙었는데, 군대 가면서 욕이 붙었어요.

[권] 물리적 폭력이 나오는 장면뿐 아니라 폭력성에 무감한 문화 자체도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정겨운 대화를 하면서도 욕설과 심한 말을 붙이는 대사 자체가 좀 보기 힘들었어요. 남자들끼리 대화에서 욕설이 심하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그걸 본 적은 없거든요. 박범구 중사(김성균)는 언어 폭력을 일삼지만 알고 보면 속정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그게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내내 의아했어요. 그게 어색하지 않다는 게 참 희한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남성집단 내 보편적 정서이자 문화가 그 정도라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어요. 기본적으로 군대 조직 자체가 폭력성에 너무 무감하고 무감해지도록 만드는 것 같아서 더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라] 군대의 목표는 적군 제압인데, 그건 폭력성이 능력으로 인정 받는다는 의미거든요. 군대의 폭력성은 아마 본능이라고 해야 할 듯해요.

[최] 간부들도 분명 악·폐습에 일조하는 것 같습니다. 간부 중 한 명이 성추행 및 사적 지시로 신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저와 부대원 몇 명이 담당 수사관에게 진술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동료 간부들이 굉장히 쉬쉬했었습니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식으로.

[권] 군대의 폭력성이 사회로 이어져서 조직 내 괴롭힘의 형태로도 이어지는 듯합니다. ‘까라면 까라’ ‘안 되도 되게 하라’ 같은 군대 조직 논리가 그대로 직장 내에서도 통용되고 있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군대다'라는 말이 2021년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세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 왼쪽부터), 박범구 중사(김성균), 한호열 상병(구교환). 그러나 정작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탈영병들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세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 왼쪽부터), 박범구 중사(김성균), 한호열 상병(구교환). 그러나 정작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탈영병들이다. 넷플릭스 제공


군대에 다녀와야 사회 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요?

[라] 저는 군대 가기 전에 군에 다녀오면 사회 생활 잘 한다,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왜나면 한국은 군대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고] 군 생활을 하며 부조리와 불편부당을 잘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성장'으로 인식된다는 게 문제죠.

[라] 사회에 군대문화가 많으니, 군대를 다녀오면 잘 적응하죠.

[최] 부당함을 잘 참는 게 융통성이라는 식으로 말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문화가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고] 수치상 군 내부 폭력과 가혹행위가 줄어들고 있지만 부조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D.P.'에서 6.25 때 수통을 그대로 쓰듯 말이죠. 군대 조직을 움직이는 정신적 시스템은 몇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을 거라 생각해요. 헌병대장(현봉식)과 임지섭 대위(손석구)의 관계에서 보듯 고위급 간부들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라] 군생활을 명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아닌 점도 영향이 있습니다. 박성우 상병(고경표)이 말한 것처럼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를 둔 사람은 면제되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부모를 둔 사람만 군대에 간다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 '군인'이라는 정체성은 대체 어떤 걸까요? 멀쩡하던 사람도 군복만 입혀 놓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일단 자세부터 삐딱해지죠. 평소보다 욕을 많이 하게 되고 침도 아무데나 뱉고.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당신은 그 중 누구인가?

[고] 조석봉 일병(조현철)이 자신을 괴롭혔던 황장수 병장(신승호)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답합니다. 여러 가지를 내포하는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권] 보고 나서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많이 답답하더라고요. 특히 시청 후기로 군필자들의 경험담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더더욱 그랬어요. 드라마에 나온 사례들은 뉴스를 통해 사건·사고로밖에 접할 수 없던 얘기였는데,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보편의 경험이라니. 왜 지금까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던 거지? 다들 방관자였던 건가? 황장수처럼 제대하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털었던 건가? 왜 잊을 만하면 군대 내 폭력이 불거지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고] 모두가 어느 정도는 방관자죠. ‘제대할 때까지만’ 참자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최] 잘못된 보상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힘든 이등병, 일병 시기를 보낸 동기가 나중엔 더 심하게 후임들을 질책하더라고요.

[라] 황장수도 어차피 보고 들으며 배운 거죠. 폭력적인 황장수가 더 폭력적으로 언행을 보일 수 있는 토양이 있던거니까요.

[권]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6화 ‘방관자’에서 보듯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 메시지는 방관하지 말라는 건데 작품에 대한 반응 역시 방관자적으로 보였어요.

[라] 군필자에겐 이미 지난 이야기이니까요. 나만 아니면 됐지, 라는 것도 있고, 괜한 죄책감을 끄집어 내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있고요.

[권] 분명 가해자나 피해자, 최소한 방관자로서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건데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에만 놓고) 힘들었던 경험담만 나오고 왜 그 폭력을 묵과하고 대물림했던 데 대한 반성과 성찰은 나오지 않는 건지, 시청 후기를 보면 가해자와 방관자는 온데간데 없고 피해자만 있는 것 같습니다,

[라] 군대는 자기가 있는 곳이 가장 힘듭니다. 이 말은 결국 다들 자기가 가장 힘들게 군 생활을 했다고 여기고, 자신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만 생각한다는 거죠.

[최] 개인적으로 군대 내에서 ‘D.P.’를 본 병사들 반응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애써 모른 척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은 보면서 참 슬프고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겠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 막상 조직 내에 들어가면 방관하고 무시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나 낙오자로 찍히고 왕따 당하기 쉽습니다.

[라] 생존자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나는 저렇게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희한하게 군대는 조금 지나면 조금씩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러니까 버티는 것 같아요.

[권] 방관자도 광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스스로 생존자라고 칭하는 건 자기합리화 아닐까요? 집단적으로 면죄부부터 주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석봉 입장에서는 방관했던 한호열, 안준호도 광의의 가해자일 테니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황장수 병장을 연기한 배우 신승호는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병역 미필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황장수 병장을 연기한 배우 신승호는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병역 미필이다. 넷플릭스 제공

[고] 군대는 대규모 집단적 가스라이팅 조직이어서, 조직의 강력한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지고 나면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려워요. 조직의 규칙, 질서, 악습을 모두 받아들이고 따르지 않으면 무능하고 쓸모 없는 낙오자가 됩니다. 집단최면이랄까. 자신이 방관자라는 의식도 못하게 만들죠.

[라] 완전 폐쇄 집단인데, 그 안에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최] 관습으로 남은 것 중에 악습이 많고 그걸 모두 알고 있지만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려하고 아무도 고치려 하지 않아요. 그랬다간 자기가 집단에서 소외 당할 테니까요.

[권] 방관한 개인을 탓하자는 건 아니에요. 다만 'D.P.'에 대한 특히 군필자들의 반응은 아쉽다는 얘기입니다. 그안에서 최소한 방관자였다면 스스로 ‘나는 책임이 없었나’ 질문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과정이 따라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군대라는 조직이 원래 그래, 바뀌지 않아’라는 식으로 논의가 그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라] 그건 저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군대는 바뀌어야죠. 군대 좋아졌다는 말을 그래서 저는 매우 싫어합니다. 그러면 안 바뀌거든요. 좋아졌다고 인정하면 구태가 남으니까요. 제가 군에 있을 때도 고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군대 좋아졌다였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 넷플릭스 제공


구교환 조현철, 'D.P.'에서 드디어 포텐이 터졌다

[고] 군대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드라마 ‘D.P’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작품의 짜임새나 완성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 상업적으로 똑똑한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어요.

[권] 분량도 보기 편하게 적절했던 것 같고 군더더기 없이 할 이야기만 했다는 느낌입니다.

[고] 에피소드 단위로 끊어지는 드라마는 사건을 피상적으로 건드리거나 형식이 반복되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 에피소드별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심어놔서 단조롭지 않게 느껴졌어요.

[최] 민감한 주제지만 보편적인 소재라 관심을 얻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라] 그러면서 버디물의 장르적 특징을 잘 활용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 탈영병 잡는 에피소드는 아주 장르적이죠. 하이스트물의 특징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상업적으로 잘 구성된 듯해요.

[고] 버디물은 캐릭터 간 궁합이 안 맞거나 캐릭터들의 매력이 없으면 따분하고 식상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정해인 구교환의 호흡이 잘 맞았어요. 김성균도 중심을 잘 잡아주고.

[권] 정해인 구교환 조합은 여심 저격에도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구교환의 연기가 재밌었어요.

[고] 저도 구교환의 매력에 풍덩~ 영화 ‘모가디슈’에서처럼 인상 쓰고 심각한 역보단 이렇게 가벼운 역할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라] 구교환이 찍은 단편영화에 비하면 매력 방출은 10%쯤? 그리고 김성균은 연기가 매번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캐릭터는 이렇게 연기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딱 맞게 연기한다고 할까요. 특히 조현철은 이번 드라마에서 '포텐'이 제대로 터진 듯한 느낌입니다.

[최] 김성균이 연기한 박범구 중사는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좋은 간부인지 나쁜 간부인지는 몰라도 인간적이라 느꼈습니다.

[고] ‘D.P’는 6개 에피소드로 짧고 굵게 끝나서 좋았는데 시즌2가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탈영병 사례 중심으로 하다 보면 소재가 반복될 수도 있고 신선도가 떨어질 것도 같기도 한데, 그래도 최소 시즌 3, 4까진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즌 1에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군 조직의 문제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뭐라도 바꾸려면'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아직 파고들지 않았으니까요. 시리즈의 장점을 살려 조금씩 풀어내면 좋겠습니다.

[라] 한준희 감독이 계속 연출할지도 변수일 듯합니다. 한 감독의 연출력이 이번 드라마 성공에 크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시즌4 정도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군대 부조리와 불합리, 폭력성은 차고 넘치니까요.

[최] 저도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보고 싶기도 하고 군대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중 한 장면. 사병들만큼이나 장교들도 부조리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 왼쪽은 임지섭 대위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오른쪽은 헌병대장을 연기한 배우 현봉식.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 중 한 장면. 사병들만큼이나 장교들도 부조리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 왼쪽은 임지섭 대위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오른쪽은 헌병대장을 연기한 배우 현봉식. 넷플릭스 제공


'D.P'에 대한 당신의 별점은?

[라] 저는 ★★★★.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적 반향을 지닌, 오랜만에 보는 사회파 상업드라마!!

[권] 저도 ★★★★

[최] 이렇게 몰입하면서 본 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후반부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길게 반복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조금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워서! ★★★★

[고] 회당 50분 정도의 짧은 시간과 장르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탈영병들의 에피소드들을 너무 단순화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 일병 에피소드는 2회에 걸쳐 이어지는 만큼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군대가 바뀔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메시지에 너무 무게를 둔 듯한 인상이었어요. 조 일병 이야기만으로 영화 한 편 이상의 분량인데도 그의 복잡한 심리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듯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

고경석 기자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권영은 기자
최재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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