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전 의원 논문 의혹 땐 '표절' 신속 결론
"논문 조사 안 하는 건 의외" "비겁한 회피" 비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던 국민대가 검증 시효 만료를 이유로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학교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대가 문대성 전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신속히 조사해 결론 내린 전례가 있다면서 이중 잣대를 문제 삼고 있다.(관련기사: 김건희 논문 조사 나선 국민대... 검증시효 만료로 안 하기로)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연구 부정행위 제보는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한다고 정하면서도, 규정 부칙에 2012년 8월 31일 이전에 발생한 연구 부정행위는 만 5년을 경과해 제보가 접수됐다면 다루지 않는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연구윤리위는 예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10일 해당 부칙에 근거해 김씨 논문에 대한 본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국민대 내부에선 이번 결론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그간 학교가 논문 부정 의혹에 단호한 태도를 취해오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2012년 국회의원 당선 직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국민대가 속전속결로 조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연구윤리위는 예비조사 착수 보름 만에 해당 논문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조사 기한(1개월)에 구애받지 않고 빠른 판단을 내린 셈이다.
국민대 한 교수는 "누구나 (김건희씨) 논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냐"며 "(학교가) 논문 관련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잘 처리한다고 믿었는데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논문 조사를 안 한다는 건 의외"라고 말했다. 다만 김씨의 지도교수와 같은 단과대학에 소속된 교수들은 대체로 "아는 게 없다"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김모(24)씨는 "표절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면 여야의 공격이 있었을 텐데, 조사를 안 하는 것은 이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대 내부 익명 커뮤니티에도 "뻔히 보이는 표절에 아무 말도 못한 건 너무 비겁하다" "아예 조사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전국 교수·연구자 모임인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는 국민대가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단체 명의로 규탄 성명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모임엔 국민대 교수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학계나 고등교육 시스템에 논문 부정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대에서 조사를 했어야 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해 이번 주 중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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