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문 열기 전부터 신청 대기자로 북적
신청 첫 주 적용 요일제 숙지 못해 헛걸음 적잖아
"오늘이 아니래요. 금요일에 다시 와야지. 나는 휴대폰도 집 전화도 없어서 전화 신청도 못했어."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제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창구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중구·동대문구 일대 주민센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지원금을 받으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노인이었다. 어떤 곳은 대기 인원이 20명도 넘어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신청할 수 있었다. 일부 센터는 요일제 신청 방식을 잘못 알고 헛걸음한 어르신들에게 출생연도별 신청 요일이 적힌 안내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소득 하위 88%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되는 이번 국민지원금은 오프라인 신청 첫 주에 한해 요일제 원칙을 적용받는다. 월요일은 주민등록상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사람이, 화요일은 2·7인 사람이 신청할 수 있는 식이다. 이후부터는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오프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자격이 확인되면 선불카드와 상품권은 현장에서 받고, 신용·체크카드는 다음날부터 사용할 수 있다.
아침부터 왔는데… 조건 안 맞아 집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지원금 신청을 위해 종로구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수정(61)씨는 요일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도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960년생인 이씨는 금요일(17일)에 오프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이씨는 "온라인 신청이 어려워서 1~4차 재난지원금도 모두 오프라인으로만 신청했다"고 말했다.
날짜는 맞는데 다른 조건이 맞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청 창구가 열리기 전이었던 지난주 이미 헛걸음을 했다는 채모(80)씨는 30분을 기다려 창구 앞에 섰지만 "건강보험료를 17만원 내고 있어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 채씨는 "나이가 많아 일은 당연히 하지 않고, 최근 집을 처분한 게 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 주민센터 직원 2명은 오전 8시 50분 센터 문을 열자마자 대기줄에 선 어르신들의 출생연도를 차례로 확인했다. 헛걸음을 했다면 대기 시간이라도 줄여주려는 배려였다. 직원들은 그런 노인들에게 안내문을 나눠주고 다시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날을 동그라미를 쳐 가며 설명했다.
1시간 만에 69명 방문… 센터 인력 대거 동원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9시 50분까지 이 센터에 국민지원금을 신청하고자 방문한 인원은 총 69명이었다. 직원 상당수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해당 업무에 투입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현장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동대문구 제기동 주민센터 직원은 "오전 7시 센터에 출근했는데 너무 바빠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제기동 주민센터의 경우 전체 직원 30여 명 중 20명가량이 국민지원금 접수 업무에 투입됐다. 이 때문에 일반 행정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센터 직원은 "무엇보다 요일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기자의 출생연도를 확인하는 별도 인력이 투입돼야 했다"며 "국민지원금 업무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3명과 자원봉사자 2명을 따로 채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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