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 日 타격 가능 '순항미사일' 발사
이번에도 김정은 참관 안 해... '수위 조절'
북한이 13일 사거리 1,500㎞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 가능한 수준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3월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6개월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85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순항미사일이 두 시간 넘게 비행한 셈이다.
다만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이 작은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고강도 무력시위로 볼 수는 없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사일을 발사한 건 4번째로, 올 1월 22일과 3월 21일 각각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3월 2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으나 미 본토에 닿지 않는 단거리였다. ‘저강도 도발’ 흐름을 이어가는 추세가 뚜렷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해 대화 재개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중이 엿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도 시험 장면을 참관하지 않았다.
‘북한판 토마호크’ 탐지 어려워… 한미일 모두 포착 실패
동력에 의해 로켓이 곡선을 그리며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가 떨어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수평 궤도로 비행해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다. 탄두 중량과 속도가 떨어져 파괴력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얕볼 무기는 아니다. 탄도미사일보다 정확도가 높고 비행 고도가 워낙 낮아 여간해선 탐지가 쉽지 않다. 이런 특성 탓인지 우리 군 당국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이번 시험 발사를 실시간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히 공조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만 했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신형 순항미사일을 ‘북한판 토마호크’(미국의 최첨단 순항미사일)에 빗대며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주날개와 꼬리 부분 보조날개, 터보팬 엔진(터빈송풍식 발동기)은 물론 동체 배면의 엔진 흡입구를 갖춰 토마호크 기술과 유사하다는 점이 근거다. 토마호크 미사일도 주날개와 보조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비행하고 배면 흡입구가 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 시험 발사한 금성 3호(순항미사일)는 러시아제 미사일을 따라 한 정도였지만 이번 미사일의 경우 꼬리 날개가 북한과 군사기술 교류가 있다고 의심되는 중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보유 순항미사일과 외형과 형상이 상이하다”며 “기술적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美 향해 ‘조건 있는 대화’ 압박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앞선 3차례 시험발사가 한미 당국 발표나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과 대조적이다. 달라진 공개 방식 자체가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대외 메시지 발신인 셈이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대북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대화’를 원했지만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고수하면서 양측의 관계개선 진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인할 압박 수단이 필요했고, 저강도 도발을 선택지로 택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이전까지 한반도 이외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탄도미사일밖에 없었다”며 “대북제재를 받지 않는 순항미사일로도 미국령인 괌이나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의 발언을 인용, “이번 미사일이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북한의 첫 순항미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탄두 중량이 작은 순항미사일은 핵탄두를 소형화하면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미 압박에 더해 내부 결속용 목적도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언급한 만큼 성과 과시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전술핵무기, 수중발사핵전략무기, 초대형 핵탄두, 군사 정찰위성 등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선중앙통신도 “당 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중점 목표 달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전략무기”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8차 당대회 때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이 5개년 계획으로 확인됐다”며 “제도화된 구상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북한은 앞으로도 무기체계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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