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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핵잠 동맹' 출범... 미중 갈등 심화에 한국 부담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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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핵잠 동맹' 출범... 미중 갈등 심화에 한국 부담은 더 커졌다

입력
2021.09.17 04:30
수정
2021.09.17 06: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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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용 안보협력체 'AUKUS' 출범 발표
핵심기술 핵잠 개발 호주 제공부터 협력 시작
호주 향후 20년, 핵잠 12척 건조 예상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왼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오른쪽) 호주 총리와 함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 계획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왼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오른쪽) 호주 총리와 함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 계획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영국·호주와 새로운 3국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발족했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협력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공유동맹체)에 이어 오커스까지 띄우면서 미국의 '중국 봉쇄' 군사안보 협력이 입체적으로 재구성되는 국면이다. 특히 미국은 1958년 영국 이후 처음으로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과 앙숙 관계인 호주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첨병으로 강화하자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앵글로색슨 아태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핵잠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물론,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한국의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참여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AUKUS 발족 사실을 발표했다. AUKUS는 호주, 영국, 미국의 국가명 영문 앞글자들을 순서대로 합쳐 만든 이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라는 지속적 이상과 공동 약속에 따라 우방 국가와의 협력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안보, 국방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사이버,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수중 영역, 장거리 타격 능력 등을 3국 협력 분야로 꼽았다.

미국과 영국은 한 뿌리에서 나온 전통적인 대서양동맹이다. 호주와 영국도 영연방 핵심 국가이고, 두 나라는 뉴질랜드를 포함해 태평양안보조약(ANZUS)을 체결하고 있다. 또 미국은 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 쿼드를 키워 가고 있고, 세 나라는 영미권 정보 동맹 파이브아이즈의 주축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 파트너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서도 ‘중국’이란 단어는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밀접한 나라들이 굳이 새로운 안보 협력 전선을 구축한 것은 미국의 핵심 경쟁국가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4,000톤급) 소속 핵 추진 잠수함 '아트풀'이 지난달 12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4,000톤급) 소속 핵 추진 잠수함 '아트풀'이 지난달 12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세 나라의 첫 협력 대상은 호주의 핵잠 개발 지원이다. 호주는 최근 들어 무역 갈등을 비롯해 중국과 외교적 긴장 상태다. 이런 호주에 미국은 1958년 영국을 제외하고는 제공하지 않던 핵심 군사기술인 핵잠 개발 기술을 내주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향후 18개월 동안 기술 전략팀을 파견해 호주를 돕기로 했다. 이날 3국 지도자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가 핵무기를 획득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쓰며 핵연료를 장전해 최소 10년간 무제한으로 잠항할 수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즉시 공격이 가능하다. 호주는 향후 20년내 12척을 건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은 새로운 협력체의 의도가 특별히 중국에 도전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발표는 중국의 군사적 기술적 상승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조치”라고 해석했다.

아프간 철군으로 중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력을 추가 투입할 여유가 생긴 미국은 중국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당장 24일 워싱턴에서 호주는 물론 일본, 인도 정상을 초청해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를 갖는다. AUKUS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협력을 거론한 것도 중국 포위망 구축의 일환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미중 정상은 9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전화통화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다음 달 말 이탈리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는 긴장 수위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중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노선 정립에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15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핵심이익 상호 존중’을 거론하는 등 은근한 경고도 이미 시작됐다.

핵잠 개발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는 미국, 호주 간 협력 과정도 눈여겨볼 수 있다. 다만 미국 고위 당국자는 “솔직히 말해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단 한 번 있는 일로 (보려)한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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