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무유기' 경찰관도 기소
'증거인멸' 택시기사는 기소유예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택시 운전기사 폭행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16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사건이 발생한 지 314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이날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 발생 당시 신고를 접수하고도 내사 종결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은 서울 서초경찰서의 A 경사도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 B씨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며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폭행당한 직후 B씨가 이 전 차관을 경찰에 신고하자, 이 전 차관은 이틀 뒤 택시기사와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같은 달 9일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던 중 이 전 차관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던 영상을 삭제했다.
B씨는 카카오톡에선 영상을 삭제했지만, 휴대폰에 저장된 원본 영상을 삭제하진 않았다. 11월 11일 A 경사는 블랙박스 업체 및 B씨를 통해 해당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고, B씨가 제출한 휴대폰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A 경사는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지 않은 채 이 전 차관에게 운전 중 폭행죄가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고, 두 사람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형법상 폭행죄는 운전 중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A 경사는 이 과정에서 폭행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허위 내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했고, 영상을 직접 확인한 뒤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시민단체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에 나섰고, 경찰 역시 서초경찰서의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상 증거를 삭제한 정황과 폭행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전 차관에 대해선 증거인멸교사, 택시기사 B씨는 증거인멸, A 경사는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 전 차관은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한 달 전 법무부 차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날 경찰 의견대로 이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도 택시기사 B씨의 증거인멸 혐의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점, 이 전 차관과 합의한 후 그 부탁에 따라 영상을 지우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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