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 용인시에 사는 60대 남성 A씨는 1년 전부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교류하는 사람이 없어 우울증과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노부부에겐 힘겨운 나날이었다. 지인에게 치매안심센터에 가보라는 얘길 들은 아내는 A씨와 함께 센터를 찾았다. 센터의 도움으로 A씨는 요양보호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고, 아내도 센터의 치매 환자 가족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적극적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다.
#2. 손자가 할머니 성격이 깔끔했는데 이상하게 점점 집 안이 지저분해진다고 걱정했지만, B씨(70대)는 병원비 걱정에 차마 치매 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치매안심센터를 찾았고, 센터의 검사비(14만 원) 지원으로 병원에서 뇌 영상을 촬영해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센터가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하는 치매치료관리비(월 3만 원) 덕분에 병원비 부담을 덜게 됐다.
"국가도 가족"... 치매국가책임제 4년
전국 256개 시·군·구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는 A씨와 B씨처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여러 이유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치매안심센터의 조기검진으로 약 18만 명이 치매를 발견했다. 센터에는 현재 약 47만 명의 치매 환자가 등록돼 있는데, 이는 국내 총 치매 추정 환자(약 86만4,000명)의 55%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국가책임제’의 필수 인프라다. 국가가 책임지고 치매 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시행된 치매국가책임제는 이달로 4년이 됐다. 이날 복지부는 치매국가책임제 4주년과 제14회 치매 극복의 날(21일)을 맞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가도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치매 환자들이 삶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치매안심센터는 만 60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과 예방 교육을,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과 약제비 지급, 실종 예방 프로그램, 인지 강화 교육 등을 진행한다. 원래 서비스 상당 부분이 여럿이 함께하는 대면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달라졌다. 일부 검진과 교육을 온라인이나 1대 1 방식으로 바꿔 감염병 확산 중에도 치매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증 치매 의료비 본인 부담 72만 원 감소
일부 센터는 분소도 만들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256개 치매안심센터 가운데 107개가 총 189개의 분소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위험이 높은 고령 인구가 많지만 교통 인프라 부족 등으로 센터 이용이 어려운 농촌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분소를 이용하는 전남 광양시 진상면의 한 주민은 “코로나 때문에 자식 얼굴도 못 보지, (센터가 있는) 읍까지 내려가려면 불편했는데 (분소가 생겨서) 참 좋다”고 말했다. 박인순 광양시 치매관리팀장은 “치매안심센터와 분소는 치매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워주고 있다”며 “균형 있는 서비스를 위해 분소를 한 곳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병이 진행되면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난폭한 행동이나 피해망상까지 생겼다가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지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이 단기간 치료받고 나오는 곳이 치매안심병원이다.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치매전문병동(50개소)을 갖춘 공립요양병원 중 5곳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최대 60%였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2017년 건강보험제도 개선 후 10%로 내려갔다. 이로써 1인당 본인부담금이 평균 12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감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 장기요양기관 등의 서비스가 모두 연결돼 지역사회에 통합 돌봄 체계를 갖추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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