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박재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유행으로 호흡기 감염 질환에 대한 국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독감(인플루엔자)’은 아직도 증상이 심한 감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 바이러스 감염 질환인 독감을 바로 알고 예방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와 독감은 서로 다른 질병
감기와 독감은 서로 다른 질환이다.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원인 바이러스와 증상ㆍ경과ㆍ합병증 등은 전혀 다르다.
감기는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가벼운 기침ㆍ발열 등 증상이 경미하며, 위험한 합병증까지 생길 위험은 거의 없다. 또 대부분 1주일 이내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회복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특정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 질환이다. 발열ㆍ기침ㆍ몸살ㆍ구토ㆍ설사 등 심한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고령층, 기저 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독감(질병코드: J09~J11)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8년 272만 명, 2019년 177만 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70만 명이 독감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독감 환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마다 시기에 따라 환자가 급증하고 전국적인 유행으로 퍼지는 질환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감기는 예방약이 없다. 독감 백신에 의한 예방 효과는 70% 정도다.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증상이 가볍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ㆍ얼굴ㆍ발 등을 깨끗이 씻으며, 입안을 자주 헹구는 것이 좋다. 적절한 환기, 충분한 수분 및 영양 섭취 휴식 등이 도움된다.
◇10월은 독감 예방접종 적기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초 올해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형을 발표하고, 각 제약사에서는 이를 참고해 독감 백신을 제조한다. 독감은 보통 10~11월에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예방접종을 하는 적기는 9~10월경이다.
접종 직후 바로 독감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충분한 면역력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만성 심폐 질환자, 면역 기능 저하자, 임신부 같은 고위험군은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정부에서도 독감 예방을 위해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ㆍ임신부ㆍ어르신을 대상으로 올해는 1,460만 명에 무료로 접종할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보건기관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독감 백신 접종을 빨리 맞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 코로나19 백신과 같이 맞아도 큰 문제 없어
특히 올해는 독감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독감 백신을 같이 맞아도 될지 일부 우려가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개인마다 근육통이나 발열 등 접종 후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일정이 가능하다면 두 백신 접종 사이에 며칠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독감이 예방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와 독감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는 서로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막는 것이고, 코로나19 백신은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SARS-CoV-2)’를 막아준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독감은 발열ㆍ기침ㆍ인후통ㆍ근육통 등 증상이 유사하므로 코로나19인지 독감인지 헷갈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올해에는 반드시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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