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기대 여명 5개월 불과
림프종(lymphoma)은 백혈구를 구성하는 요소인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한 종양을 말한다. ‘악성 림프종’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혈액 암의 하나로 우리 몸의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악성 림프종은 조직학적으로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비호지킨 림프종이 90%를 차지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림프절 종대로 덩어리가 만져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머리ㆍ목에 종괴가 나타나는데 통증이 없고 단단하며 점차 크기가 커진다. 종괴가 커지면서 기관지를 압박해 기침ㆍ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림프절 종대뿐 아니라 여러 장기를 침범하기도 한다. 침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목이나 신체 일부분에 종괴를 형성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소화기계에 침범하면 장폐색, 출혈, 천공 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전신 증상으로 열이 나거나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이 아닌 모든 림프종을 말하기에 수십 종의 조직학적 아형으로 세분화되고 각각 아형에 따라 완치율과 예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호지킨 림프종보다 예후가 불량하고 재발이 잘 된다.
대표적인 비호지킨 림프종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다. 이름은 어렵고 낯설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의 40%를 차지한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빨라 ‘공격형 림프종’이라고도 불린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사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진단 후 가장 먼저 실시하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로 환자의 대부분(80~90%)이 일부의 암이 사라지는 부분 관해(寬解ㆍremission) 이상의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후 재발하는 환자다. 실제로 환자의 10~15%는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20~25%는 재발한다. 추가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이미 치료에 실패 또는 재발했기에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이런 환자의 기대 여명은 6개월 미만인데, 최근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심각성이 다시 확인됐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가 최근 국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5,000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첫 치료 실패 후 2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5개월 미만(4.73개월)에 불과했다.
또 2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70%는 효과적인 대체 치료 옵션이 없어 구제 항암화학요법을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치료 후 질병이 진행돼 3차 치료를 진행하는 시기, 3차 치료 후 4차 치료까지 진행되는 시기는 갈수록 짧아졌다. 환자 상태는 점차 악화되고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있던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생겼다. 지난 3월 5일, 국내 최초의 CAR-T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것이다. CAR-T 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는 면역 세포를 추출해 세포 표면에 암세포를 인지하는 수용체를 삽입해 강력한 힘을 가진 세포를 만들어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혁신 신약이다. 단 1회 주사 투여로 장기 생존 및 관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CAR-T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전체 반응률은 53%였으며, 이 중 39.1%가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 더 이상 사용할 치료 옵션이 없어 치료 가능성이 없던 환자와 이를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의료진에게 53%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다.
하지만 CAR-T 치료제는 5억 원 정도 부담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예후가 불량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CAR-T 치료제는 그 동안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없어 생사 기로에 서있던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일상 복귀와 장기 생존의 희망까지 제공한 치료 옵션”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CAR-T 치료제는 1회 투여로 치료가 끝나고, CAR-T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경제적 부담이 해결되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만큼 국내 환자도 비용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치료할 수 있도록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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